'인재 경영'은 삼성그룹 경영의 가장 큰 축이다.

선대 이병철 회장이 주창했던 '인재 제일주의'는 이건희 회장의 '핵심인재''천재경영''준비경영'으로 계승되며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교육시스템이 국내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음은 물론 세계 최고의 인재양성소로 불리는 '크로톤 빌'(GE의 연수원)까지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발전했다.

교육 프로그램도 최근 몇년간 삼성의 위상과 실력이 높아진 데 발맞춰 글로벌 경영환경을 이해하고 전략을 펼치는 데 초점을 맞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용 전무,직접 챙긴다

특히 삼성의 임원교육은 미래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는 예비코스로서 뿐만 아니라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함께 공유하며 실질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 군기 또한 엄정하다.

집안에 상(喪)이 발생하는 정도의 사유가 아니라면 빠질 수가 없다.

지난해 200여명의 신규임원 중 일부 임원이 바쁜 현업을 이유로 교육에서 빠지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현재 전무)가 화를 낸 일은 유명한 일화다.

이 전무는 그룹 인사팀 관계자를 불러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밖에 없는 교육을 빠지면 어떡합니까.

그분들 그렇게 바쁩니까?"라고 따졌다고 한다.

이 전무가 신규임원 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신이 매년 200여명의 신규 임원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장인 경기도 용인의 연수원에서 캔맥주를 곁들여 가볍게 상견례를 한 뒤 교육 후반부에는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축하행사에 참석해 식사를 함께 한다.

지난해에는 저녁식사를 마친 뒤 호암아트홀로 자리를 옮겨 음악회 감상까지 함께 했다.

◆무엇을 가르치나

삼성의 임원은 명실공히 '재계의 별'이다.

재계 정상급 연봉에 자동차,무엇보다도 '삼성의 1%'라는 명예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단한 교육과정부터 소화시켜야 한다.

임원이 됐다고 우쭐하거나 방심하는 인물은 당장 그 이듬해에 방종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신규임원 교육은 임원으로서의 첫 테스트이자 평가를 받는 공간이다.

올해는 3월5일부터 10일까지 5박6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는 특히 이건희 회장이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영' 원년인 만큼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은 △핵심가치 △리더십 △글로벌 경영 △경영자 소양 등 네 가지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주입식 위주의 신임 과장이나 부장 교육과 달리 해결과제가 주어지고 이를 창조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게 예년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삼성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교육에서부터 팀별 학습 등 조직관리자로서 필요한 판단력이나 실행능력을 측정,상대평가를 해서 점수를 내기 때문에 교육 긴장도가 상당한 편이다.

◆전무급 이상은 실전 교육

전무급 이상 임원들은 '시니어 임원' 교육을 따로 받는다.

전무직은 미래의 최고경영자 그룹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교육 내용도 실질적인 것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주로 계열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 임원은 "교육을 위해 4박5일 정도 해외 출장을 가거나 주요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임원교육은 앞으로 이건희 회장이 꿈꾸는 창조적인 인재그룹을 육성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삼성은 그동안 세계 일류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베끼고 모방해서 먹고 살아왔지만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지금부터는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야 한다"며 "미래의 인재 역시 남들이 보지 못하고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