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1일 불모지 영남지역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 전통적 지지기반인 전북지역을 4번이나 방문하면서 호남 세 다지기에 치중했던 정 전 의장이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하면서 영남권 공략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
그의 부산 방문은 영남권에서의 지지율 상승 없이는 이달 중 목표로 하고 있는 마(魔)의 10%대 지지율 접근이 요원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연합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장의 전국적 지지율은 3.8%를 기록한 가운데 광주.전남.전북에서는 10.5%에 달했지만 대구.경북 1.6%, 부산.울산.경남 2.9%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정 전 의장은 부산을 시작으로 6일 대구, 11일 울산 등 영남지역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정 전 의장은 특히 이날 낮 부산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계개편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당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14 전대는 당 해체를 각오하고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장이 돼야지, 우리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진행하겠다는 식의 자리가 돼선 안된다"며 "현재로선 2.14 전대까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노력하는게 최선을 다하는 길"이라고 말할 예정이다.

그는 또 당내에서 정동영계의 보스로 통하는 것과 관련, "지금까지 계파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정동영의 목소리로 좀 더 분명한 생각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도 개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장의 언급은 계보라는 말이 과거 당 총재가 돈과 공천권을 행사하던 시절 구태정치의 표본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은 것이지만 정동영계의 결속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계파의 분화를 솔직히 인정한 것이라는 평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질서있는 전대론'을 펼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 의장계와 달리 상당수가 탈당론에 동조하고 있어 집단탈당이나 분당의 상황에 대비, 정 전 의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 전 의장은 오후에는 부산지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북항재개발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부산신항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전문가 중심의 지지그룹인 부산 나라비전포럼 초청 강연을 진행한 뒤 상경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