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明鉉 < 고려대 교수 · 경영학 >

한때 GM이나 포드사의 주식은 '고아와 미망인을 위한 주식'으로 불렸다. 매입해서 보유하고 있으면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됐고,매년 은행 이자보다 높은 배당금이 지급됐으니 고아를 보살피는 복지기관이나 미망인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믿을 수 있는 투자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 대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많은 기부를 하였고 퇴직한 종업원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았다. 이처럼 GM과 포드가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또 높은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이들이 지닌 막강한 시장지배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약 1년 전,2006년 초 GM은 거의 파산(破産) 직전까지 몰렸었다. GM의 회사채 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됐고 주가는 2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구조조정의 결과로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2006년도 실적도 깊은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발표된 포드사(社)의 2006년 실적은 창사 이래 최악인 1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요타,혼다 등의 일본 자동차회사를 필두로 한 글로벌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더 이상 최고의 투자대상 기업도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도 아닌 상황이 돼 버렸다. 최고의 기업에서 뒤처진 기업으로 추락한 것이다.

GM과 포드의 추락은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첫째 198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의 위협 속에서 한때 몰락하는 것처럼 보였던 IBM,GE 등 다른 유수의 미국 대기업들은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競爭力)을 되찾은 데 비해 GM,포드,크라이슬러 등의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강성노조의 존재와 경영전략의 부재(不在)라는 두 가지가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다른 산업의 노조보다 훨씬 막강(莫强)한 미국자동차 노조(UAW)의 존재는 미국 자동차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힘들게 했고 그 결과 원가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졌다.

경영진의 전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needs)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만들어진 미국 자동차들은 시장에서 더욱 외면받았다. 한마디로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원가경쟁력과 전략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었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추락이 지니는 두 번째 시사점은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성냥갑 같은 소형차를 팔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한 도요타가 이제 세계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고 오토바이를 만들던 혼다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자동차가 만들어진 이래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군림해왔던 GM과 포드의 경영자들로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 우선 미국 자동차노조보다 더 강성인 노조가 버티고 있는 우리 자동차기업들은 앞으로 유연성을 가지지 못한다면,또 잘 짜여진 경영전략이 없다면 GM이나 포드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회사가 망한 후에는 노(勞)도 없고 사(使)도 없고,사회적 책임도 없다. 노,사,우리 사회 모두가 패배자일 뿐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또 하나의 시사점은 역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된 전략을 가지고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고 또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기업들도 일본의 도요타나 혼다처럼 세계 자동차시장의 강자로서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 자동차 기업의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몫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지,아니면 새로운 강자로서 부상(浮上)할 것인지를. 이들의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