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과 글씨,그림을 담은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이승혁·장지숙 엮음,랜덤하우스)을 내놓았다.

신 교수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하면서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비롯해 '엽서''나무야 나무야''더불어숲' 등으로 세대와 계층을 떠나 폭넓은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아온 인물.신간 '처음처럼'은 긴 시련 속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들을 독창적 글씨와 그림과 함께 전해준다.

깎아지른 절벽 위를 나는 새 그림과 함께 저자는 "높이 나는 새는/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많은 것을 버립니다.

/심지어 뼈 속까지 비워야 합니다.

/무심히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라며 화두를 던진다.

또 '百鍊剛(백련강)'이라는 한자글씨와 함께 이런 가르침을 전해준다.

"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 번 단련된 다음에 나오는 법이며,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다음에 맑은 향기를 발하는 법이다."

글과 글씨로 잘 알려진 '처음처럼'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는 흔히 '연대체'로 불리는 그의 독특한 글씨 36점과 그림 152점,삶의 잠언을 담은 글 172편을 3부로 나눠 싣고 있다.

저자는 "필자가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했던 일관된 주제는 역경을 견디는 자세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이를 위해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다"면서 씨 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묻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자세를 강조했다.

232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