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점포를 한번도 방문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하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무점포 은행서비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HSBC은행은 인터넷과 콜센터로만 운영되는 '다이렉트 뱅킹' 서비스(HSBC 다이렉트)를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다이렉트 뱅킹'이란 지점을 방문할 필요없이 인터넷이나 전화만을 통해 365일 24시간 예금.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은행 서비스다. HSBC은행은 이미 영국 미국 대만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점포망 부족에 따른 영업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온라인 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HSBC은행 측은 기대했다. 국내 은행들은 고객들이 어디서든 편리하게 점포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시장의 특성상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HSBC의 새로운 시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상담원이 방문해 실명확인

'HSBC다이렉트'가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가장 다른 점은 계좌개설 등을 위해 은행점포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이 HSBC 다이렉트 홈페이지(www.hsbcdirect.co.kr)에서 계좌개설을 위한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면 전문상담원이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방문약속을 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방문해 실명을 확인한다. 실명확인이 완료되면 홈페이지에 접속해 1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와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뒤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실명확인 작업은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 등 HSBC 다이렉트센터가 있는 9개 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평일 오전 9시30분~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특별 제작된 7대의 이동은행인 HSBC 다이렉트 이동라운지에서도 상담받을 수 있다.




◆하루를 맡겨도 연 3.5%

현재 'HSBC다이렉트'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저축예금 한 가지다. HSBC다이렉트 저축예금은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데 따르는 비용 절감분을 활용해 일반 시중은행의 저축예금보다 높은 연 3.5%의 이자를 제공한다. 최소 예치금액이나 예치기간에 제한은 없다. 타행 이체수수료가 면제되고 예금자 보호도 가능하다.

하지만 당분간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현금카드가 발급되지 않고 공과금 자동이체가 불가능한 점이 약점이다.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으로 이체한 뒤 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상반기 중 현금카드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SBC 관계자는 "통상 월급통장의 이자가 0~0.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HSBC다이렉트 저축예금을 보완통장으로 만들어 여윳돈이 생길 경우 넣어두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HSBC는 앞으로 대출이나 펀드 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이렉트 뱅킹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클 스미스 HSBC 아.태지역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대만에서 HSBC 다이렉트를 출시한 지 5주일 만에 과거 5년 동안 확보한 고객과 맞먹는 규모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며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매우 높고 국민들의 저축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이렉트 뱅킹에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