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가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결국 여의도를 떠났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표적인 경제전문가로 통했던 정덕구 의원이 1일 의원직을 사퇴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여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이 시장경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좌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는데 그것을 반영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며 "지금 당이 와해되는 와중에 비례대표인 내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의 지혜처럼 현실성 있는 노선 변경을 하지 못했으며,한고조 유방이 측근들을 버렸듯 선거 이후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떠나지 못했던 데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여당의 동료의원들에 대한 섭섭함도 여과 없이 털어놨다.

자신은 경제 전문가로서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말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색깔을 입혀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이 시작되면 전문가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지고,저 역시 당 소속 의원으로 충실하려면 전문가적 견해를 접고 표와 국민 사이를 방황하게 될 것"이라며 "당에서 경제원리와 시장을 신뢰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쉽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의 위험요소를 키워가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한 뒤 "올해 경제의 최대 적은 대통령 선거 광풍에 국민 모두가 휘말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여당은 경제분야의 경우 국민의 보편적 가치관에 기반한 정책들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뒤 줄곧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썼다.

재정경제부 차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두루 거쳤지만 애초부터 당직에 관심을 두는 대신 여당이 시장 원리에 충실하도록 이끄는 한편 다른 정당들이 사회안전망 필요성에 공감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배지를 달자마자 의원 연구단체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포럼'(시사포럼)을 설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좌우·이분법적 사상 대결,보·혁갈등,성장과 분배의 시대착오적 이념 대립을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의 균형 잡힌 생각에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였고,이에 공감한 참석자가 현재 전체 국회의원(299명) 3분의 1 이상인 105명이나 된다.

"정치적 색깔에서 벗어나 시장과 국민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 민생문제 연구에 몰입하겠다"는 정 의원은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교수들과 함께 한국 경제가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를 만들 계획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중국 런민대학교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