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외고의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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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 논설위원 >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정문 위에 걸려 있는 색다른 현수막을 마주치게 된다.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외국어고와 과학고,예술고,민사고 등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름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좁은 관문을 뚫고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후배들의 귀감으로 삼겠다는 학교의 뜻이 담겨 있다.
특목고 중에서도 현재 서울지역 상위권 외고는 고교평준화 이전 시절의 이른바 명문고들을 떠오르게 한다.
중학교 3학년생에게는 외고 입학이야말로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출신 고교를 따져보더라도 최상위권에는 늘 외고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를 앞다퉈 찾아 신흥 명문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오죽 했으면 한국은 '외고공화국'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싶다.
그런데 요즘 들어 외고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교육 당국이 입시 과열로 사교육이 극성을 부린다는 이유로 간섭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외고들이 수능시험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했던 영어듣기 시험을 중학교 수준으로 낮추고 내신성적 반영 비중도 대폭 높이는 내용의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외고들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 지침대로 신입생을 뽑을 경우 전형과정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교육의 정상화보다는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영어 실력만 우수한 학생은 합격이 더욱 어렵고 국어 수학 등 모든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유리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외국어 능통자를 양성한다는 외국어고 인가 목적과도 거꾸로 가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셈이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는 아예 추첨으로 외고 합격자를 선발할 것을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사교육 열풍을 다소라도 잠재울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폐해가 더 클 것이다.
이는 사실상 외고조차 인문계 고교처럼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시대 흐름과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고가 인기를 끈 것은 그만한 노력과 열정이 투입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대부분의 외고는 '각종학교'(전수학교)에서 출발했다.
교과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합격시키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론 외고가 입시 과열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학생 지도에서 큰 성과를 거둬온 데다 학생 선발권을 가진 사립학교로서 우수한 신입생을 뽑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조정해온 것을 놓고 비난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 시점에서 외고 등 특목고가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에 전념하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하향 평준화의 약점을 보완하는 길이다.
외고를 외국어 교육에 특성화한 학교로 발전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지 '외고 때리기'가 필요한 때는 아니다.
능력과 노력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어떤 형태의 차별은 거부한다는 평등 지상주의 논리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공교육 발전은 요원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wchoi@hankyung.com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정문 위에 걸려 있는 색다른 현수막을 마주치게 된다.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외국어고와 과학고,예술고,민사고 등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름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좁은 관문을 뚫고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후배들의 귀감으로 삼겠다는 학교의 뜻이 담겨 있다.
특목고 중에서도 현재 서울지역 상위권 외고는 고교평준화 이전 시절의 이른바 명문고들을 떠오르게 한다.
중학교 3학년생에게는 외고 입학이야말로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출신 고교를 따져보더라도 최상위권에는 늘 외고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를 앞다퉈 찾아 신흥 명문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오죽 했으면 한국은 '외고공화국'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싶다.
그런데 요즘 들어 외고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교육 당국이 입시 과열로 사교육이 극성을 부린다는 이유로 간섭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외고들이 수능시험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했던 영어듣기 시험을 중학교 수준으로 낮추고 내신성적 반영 비중도 대폭 높이는 내용의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외고들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 지침대로 신입생을 뽑을 경우 전형과정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교육의 정상화보다는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영어 실력만 우수한 학생은 합격이 더욱 어렵고 국어 수학 등 모든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유리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외국어 능통자를 양성한다는 외국어고 인가 목적과도 거꾸로 가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셈이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는 아예 추첨으로 외고 합격자를 선발할 것을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사교육 열풍을 다소라도 잠재울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폐해가 더 클 것이다.
이는 사실상 외고조차 인문계 고교처럼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시대 흐름과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고가 인기를 끈 것은 그만한 노력과 열정이 투입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대부분의 외고는 '각종학교'(전수학교)에서 출발했다.
교과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합격시키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론 외고가 입시 과열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학생 지도에서 큰 성과를 거둬온 데다 학생 선발권을 가진 사립학교로서 우수한 신입생을 뽑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조정해온 것을 놓고 비난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 시점에서 외고 등 특목고가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에 전념하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하향 평준화의 약점을 보완하는 길이다.
외고를 외국어 교육에 특성화한 학교로 발전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지 '외고 때리기'가 필요한 때는 아니다.
능력과 노력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어떤 형태의 차별은 거부한다는 평등 지상주의 논리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공교육 발전은 요원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