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한꺼번에 14만명을 접속하게 만든 게임 '월드 오프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2탄이 본격 공개됐다.

프랑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이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해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 하나로,사실적 입체감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돋보이는 3차원 캐릭터들과 방대한 게임 기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WOW의 전편은 2005년 1월 한국에서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현재 일일 평균 10만명을 웃도는 게이머들이 동시에 접속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WOW:불타는 성전'은 WOW 전편을 대규모 업그레이드한 것으로,전편에서 고난도 기술을 습득한 게이머들을 위해 난이도(레벨)를 60에서 70으로 상향 조절했다.

난이도 조절폭이 크지 않지만 레벨 1부터 60까지 올라오기보다 60에서 70까지 올라오는 게 더 힘들다는 게 게임사 측의 설명이다.

또 2개 종족이 추가됐고 '아웃랜드'라 불리는 새로운 지역과 '지옥불 성채'라 불리는 감옥,새로운 아이템,괴물,수백 개의 새로운 퀘스트(임무수행 명령)가 추가돼 보다 넓어진 세계에서 보다 다양한 재미와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WOW:불타는 성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한국 게이머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템이 대거 반영됐다는 점이다.

블리자드코리아는 "한국 게이머들은 메마르고 무시무시한 캐릭터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게임 전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인 '블러드엘프'와 '드레나이'를 '호드' 진영,'얼라이언스' 진영에 각각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게이머들이 우락부락한 호드족보다 예쁜 얼라이언스족을 선호하는 바람에 얼라이언스족만 득시글거리는 심각한 '인구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

블리자드는 WOW 전편에서도 한국 게이머들을 특별히 고려해 한국적 색채와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다.

'나이트엘프'족의 주거지에 남대문 석가탑 등 한국 전통 건축 양식과 한복,철제갑옷,부채,김치 등을 넣은 것이다.

전 세계 게이머 랭킹 100위 안에 한국인이 70명이나 들 정도로 사랑받았던 스타크래프트의 전적을 고려하면 블리자드의 이 같은 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중국 게이머들이 급부상하면서 "중국 이미지도 넣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지역도 추가됐다.

'아웃랜드'라 불리는 지역으로,워크래프트 시대 2차 대전쟁 후 파괴된 '드레노어' 대륙의 일부다.

그동안 이 지역은 어둠의 문이 닫혀 있어 게이머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뒤틀린 황천의 신비로운 생물들과 고대의 감옥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모험심 강한 게이머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우려하는 학부모를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놓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우선 과도한 폭력성을 지양하고 분쟁을 억제하게 만들었다.

무분별하게 캐릭터들을 죽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일반서버와 전쟁서버를 분리해 놓았고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겨도 '아이템드롭'이 없도록 설계,상대 플레이어가 가진 아이템을 강탈하려는 욕심에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공격하는 비도덕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현금거래 방지 요소를 강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신이 획득하거나 사용했던 아이템은 다른 캐릭터와 거래가 불가능하게 제한하는 아이템 귀속시스템을 도입, 아이템의 현금 거래 가능성을 봉쇄했다.

'WOW:불타는 성전'이 2일 공식 서비스가 실시되기에 앞서 국내 게임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무엇보다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의 심의와 관련된 것이다.

'WOW:불타는 성전'은 지난달 19일 국내에서 공개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게임위의 심의를 받지 못해 서비스가 무기한 연기됐었다.

게임위는 지난달 31일 3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15세 이용가로 심의등급을 최종 확정했다.

게임위는 이번에 'WOW:불타는 성전'을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닌 새로운 게임으로 판단함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단순 패치'와 '새로운 게임'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등급 설정을 할 때 게임사와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좀더 명확한 판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명에 이르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수천억원대 연매출을 올리며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한 WOW.국내에서도 '외국산 온라인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깬 WOW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식 서비스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는 다시 한번 'WOW:불타는 성전'과 맞붙게 됐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