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트렌치 코트(속칭 바바리)를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여성복 업체들이 경기 부진으로 몇 년째 판매가 부진한 20만~30만원대 트렌치 코트의 기획 생산량을 일제히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대신 10만원 안팎의 니트 겉옷류로 봄철 주력 상품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단 시장에서 트렌치 코트에 주로 쓰이는 폴리 코튼 원단(폴리에스터와 면의 합성 소재) 가격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네티션닷컴 여성복 브랜드 'EnC'는 27만8000원 하는 올 봄 트렌치 코트 신상품 발주량을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였다.

대신 니트 카디건(12만8000원)과 스웨터(8만9000원)를 각각 2000장씩 더 만들기로 했다.

꼼뮤의 '코카롤리'도 트렌치 코트 물량을 지난해의 25%로 대폭 줄였다.

'코데즈컴바인''온앤온' 등 다른 여성복 브랜드들도 트렌치 코트 물량을 줄이는 대신 니트 블라우스 스커트 등을 더 많이 생산하기로 했다.

트렌치 코트는 1990년대 말부터 봄철 여성 의류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래 해마다 길이와 스타일 등이 조금씩 변하며 유행을 이어갔다.

평균 가격도 20만원 정도여서 패션업체들에 짭짤한 수입을 안겨 주는 효자 상품이었다.

하지만 소비 경기 침체로 인해 2005년부터 점차 10만원 안팎의 니트 겉옷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특히 '꽃샘 추위'가 별 볼일 없었던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더욱 급감했다.

백화점 입점 여성복 브랜드 3개를 갖고 있는 A패션업체는 작년 봄 시즌 트렌치 코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 역신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다 팔지 못한 재고가 아직 산더미인 데다 올해 특별히 더 잘 팔리리라는 보장도 없어 선(先)기획 물량을 지난해의 4분의 1로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렌치 코트에 쓰이는 폴리 코튼 원단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 등 국내 원단 시장에서 작년 말 야드당 3000원 선에 거래되던 폴리 코튼은 본격적으로 봄 옷 생산이 시작된 지난주 들어서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아 2500원(2일 기준)까지 값이 떨어졌다.

의류 원·부자재 도매업체 조인패브릭 관계자는 "트렌치 코트에 쓰이는 빅 사이즈 단추도 가격이 폭락세"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