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이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낯설어 하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이 '아줌마'하고 부르면

낯익은 얼굴이 뒤돌아본다.

그런 얼굴들이 매일매일 시장,식당,미장원에서 부산히 움직이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짓는다.

그렇다고 그 얼굴들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함부로 다루면 요즘에는 집을 팽 나가버린다.

나갔다 하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이 된다. (…)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한번도 터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들겨도 이 세상까지 모두 흡수해버리는 포용력 큰 불발탄이었다,나의 어머니는.

- 김영남 ''아줌마'라는 말은'부분



이 시대 '아줌마'라는 말은 특별한 울림을 갖는다. 삶의 쓴맛,단맛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어떤 것과 함께 해도 대체로 어울린다. 그들은 부끄러움을 초월해 있다. 화려한 과거도,곱고 정갈한 추억도 '생활'속에 묻어놓은 채 그들이 지켜내야 할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것도 가족을 위해서다.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다. 말로는 수없이 비난하면서도 결국은 용서하고 수용한다. 세상 모두를 흡수해버리는,놀라울 정도로 넓은 화해의 스펙트럼을 가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평화는 '아줌마'로부터 온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