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 미니홈피에 적힌 방명록을 편지로 만들어 보내주면 어떨까요."

"미니홈피 안에 펫룸(pet-room)을 만들어 강아지를 키우게 해주세요."

지난달 마지막 주 토요일,서울 서대문 의주로변에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 사옥에 싸이월드 열혈 유저 30여명이 모여 열변을 토했다.

이들의 직함은 '싸이매니아'.2000만 싸이월드 회원 중 가장 애정과 열정이 넘쳐 따로 선발된 특수 정예부대다.

참여와 공유가 특징인 웹2.0 시대에 걸맞게 인터넷 업계도 네티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비스 허점을 찾아내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바로 서비스로 반영할 수 있다.

싸이매니아는 대표적인 웹2.0 시스템이다.

이날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는 사용자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미니홈피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게 해 달라는 제안부터 페이퍼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분석까지 다양했다.

싸이매니아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면 지방에서 올라오는 회원도 있고 학급 친구 4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가져오는 학생도 있다.

이들이 쏟아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주말에 일부러 출근하는 싸이월드 직원도 꽤 된다.

싸이매니아는 2004년 6월 출범해 5기가 활동 중이다.

1년에 두 번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수천 대 1로 입사 시험보다 치열하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며 한 달에 많게는 300개의 제안을 내놓는다.

상도 준다.

물론 '도토리'다.

이들의 제안이 서비스에 반영된 사례도 많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각광을 받았던 미니홈피의 비밀방명록이 싸이매니아 작품이다.

다이어리,갤러리 등 각 게시판 폴더별로 공개 설정이 가능하도록 세분화한 것도 이들의 따끔한 지적 결과였다.

싸이월드 외에 다음,야후코리아,네이버 등도 개성 있는 '정예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에는 '카리모'가 있다.

카리모는 다음에 카페를 개설한 '카페 리더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각 카페의 주인장들이 모인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들의 지적은 전문가 뺨칠 정도다.

최근 카페 꼬리말 서비스를 개편한 게 좋은 예다.

기존 꼬리말 제한을 9999개로 확대하자 카리모는 페이지당 꼬리말이 15개밖에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고 항의했고 다음 측은 페이지당 50개로 바로 시정했다.

야후에는 '버그파인더'가 있다.

말 그대로 오류를 잡아내는 시어머니다.

야후코리아의 지도 서비스는 이들의 지적으로 개선한 경우다.

야후는 현재 7기 버그파인더를 모집 중이다.

지원자격은 인터넷 사용 경력이 7년 이상인 20~30대 남녀다.

네이버는 한때 '네사모(네이버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를 운영했으나 지난해 초 서비스별로 정예부대를 세분화했다.

활발한 곳은 네이버폰과 뉴스 이용자위원회다.

네이버폰 카페에 가입한 자칭 시어머니들은 1만1811명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