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닥터 둠(Dr.Doom·운명)'다웠다.

약세장에 관한 한 탁월한 예지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Marc Faber) 박사는 "글로벌 증시를 비롯한 세계 자산시장이 앞으로 몇개월 안에 심각한 조정을 겪을 것"으로 단언했다.

그는 특히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은 조만간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르면 2주 후에 조정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론 '과잉유동성(excess liquidity)'을 꼽았다.

"2002년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와 고유가,엔캐리트레이드자금 등으로 인한 과잉유동성이 자산의 거품을 야기했으며 이제는 과잉유동성 공급이 한계에 다다라 심각한 조정이 임박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팔 때"라고 주장하는 파버 박사로부터 주로 이머징 마켓에 대해 들었다.


-지난 1월 초 전세계 자산시장의 조정이 임박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지금은 어떻습니까.

"똑같습니다.2002년 이후 주식,금과 오일 등 상품,부동산 예술품 등 모든 자산이 조정다운 조정없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낙관론을 갖고 사자고 덤비고 있습니다.이제 한계에 왔습니다."

-최근 중국 증시 등 이머징 마켓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만.

"중국 인도 한국 증시는 최근 몇년 사이 급속히 상승했습니다.경제성장이나 기업실적 증가보다 속도가 훨씬 가팔랐습니다.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한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자금이 위험성이 큰 자산인 이머징마켓에 몰린 결과입니다.이제 이머징마켓은 투기적 상태의 최고점에 다다랐습니다.따라서 조정이 아주 이른 시간 안에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3개월,아니 이르면 2주 후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과잉 유동성을 말씀하시는데요.여전히 글로벌 유동성은 풍부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그러나 계속해서 자산가격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합니다.한계효용이 존재하는 것이죠.현재 국제 유동성 증가율은 15% 수준에서 정체돼 있습니다.더욱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유가 조정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씀씀이도 멈칫거립니다.이런 상황에서 자산가격 상승은 한계가 있습니다.일단 가격조정이 시작되면 과잉유동성은 갑자기,그리고 빠르게 썰물처럼 빠져 나갑니다.이미 작년 5,6월 이머징마켓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유동성이 갑자기 고갈되면 일부 시장은 붕괴(crash)도 불가피합니다."

-그래도 세계 경제는 괜찮은 편인데요.

"글로벌 경제가 좋아 보일 때 주가는 비싼 상태입니다.반대로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주가는 쌉니다.현재 경제가 좋기 때문에 큰 조정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러나 중국 정부의 속도조절 의지에 따른 것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중국 정부의 대처방식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유동성은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작년에만 130% 이상 주가를 끌어올린 유동성이 탈출 시점을 엿보고 있습니다.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5∼10% 수준에서 조정을 받으면 좋지만 유동성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조정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한국을 비롯 각국의 자금이 중국 증시에 많이 유입됐습니다.어떤 태도를 취하는것이 바람직합니까.

"글쎄요.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 주식의 경우 지금 살 때까 아니라 팔 때라는 점입니다."

-인도나 베트남 증시도 중국 증시와 비슷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인도 증시는 최근 5년간 4배가량 뛰었습니다.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베트남은 경제성장 속도가 눈부신 나라입니다.그러나 작년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이제는 더이상 주가가 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머징마켓에 대한 생각도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입니다.이른바 '브릭스(BRICs)'국가인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도 팔 시점이라고 봅니다.이머징마켓은 모두 매도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합니다.굳이 투자 대상을 꼽는다면 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도입니다.이머징마켓은 아니지만 일본 주식도 올해 양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또 미국 증시도 이머징마켓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한국 시장은 어떻습니까.작년 상승률이 낮았는데요.

"올 들어 한국 증시는 강하게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러나 한국 증시가 매력적이라거나 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더욱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비우호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다른 이머징마켓과 마찬가지로 사라고 권하긴 힘듭니다."

-2001년 금(Gold)을 사라고 권했습니다.그 후 2배 이상 올랐는데요.상품에 대한 투자의견은 어떻습니까.

"2001년 이후 금뿐만 아니라 구리 니켈 은 원유 등이 모두 많이 올랐습니다.유동성이 빠져나가면 상품가격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금도 마찬가지겠지요.따라서 지금 금을 사라고 말하기는 그렇습니다.그러나 현재 금 가격이 다른 상품과 비교할 때 절대 비싸지 않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투자 대상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단기적으로 볼 때는 3∼6개월 만기의 미국채가 좋아 보입니다.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통화도 좋은 투자 대상입니다.위안화는 강세 가능성이 높습니다.엔화도 다른 아시아 통화와 비교할 때 아주 쌉니다.그러나 일본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엔캐리트레이드자금이 청산되면 강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의 지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지론은 살 때는 빨리 사고 팔 때는 빨리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모두가 공황상태에 빠져 매도에 나설 때는 매수해야 합니다.반대로 사려고 덤빌 때는 현금화해야 합니다.현재는 전문가나 기관 개인투자자들 모두 낙관론 일색입니다.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에도 비슷했습니다.지금은 팔 때입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

■ 마크 파버 누구 / 97년 亞 금융위기 경고한 'Dr.Doom'

'닥터 둠(Dr.Doom)'으로 유명한 세계적 투자전략가.

약세장에 관한 한 탁월한 예지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사전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머징 마켓 투자에선 세계 최고수준으로 꼽힌다.

스위스 출신.취리히 대학에서 24세 때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화이트 웰드 컴퍼니와 드렉셀 번햄 램버트에서 일했다.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마크파버 리미티드'란 펀드운용 및 투자자문회사를 차렸다.

2001년에는 금에 투자하라고 권해 주목을 끌었다.

매달 'The Gloom,Boom&Doom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으며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gloomboomdoom.com)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