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정부가 마련한 각종 입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일단 부동산 관련법률,공정거래법,국민연금법 등의 개정안이 이달 중 통과되지 않더라도 4월이나 6월 임시국회에선 통과되도록 총력전을 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3월 이후엔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돼 법률안 처리가 지금보다 더 불투명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정부가 마련한 대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지거나 주요 과제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대책 대폭 손질되나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부동산 관련 법률은 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부동산가격공시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이다.

지난해 11·15대책과 올해 1·11대책 및 1·31대책 등에서 발표된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 등을 위한 후속 입법조치가 주 내용이다.

이 가운데 분양가상한제와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 등은 이달 국회뿐 아니라 이후에도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전 서울시장,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민간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민간 분양원가 공개 등이 불발로 그치면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의 확대와 91조원의 임대주택펀드 등은 자동적으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

민간 분양원가 공개에 따른 부작용 방지대책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간도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되고,공공부문마저 공급확대 가능성이 사라져 부동산시장에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1당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가 추진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출총제 폐지 가능성에 촉각

정부가 단일안으로 제출해 놓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 완화가 핵심.출총제 대상을 자산총액 6조원에서 10조원 이상 그룹으로 하는 동시에 그룹 내 2조원 이상 핵심 계열사에만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여권의 분열로 인해 정부 단일안의 이달 처리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최근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시행령만이라도 우선 고쳐 4월 출총제 지정 전까지 출총제 완화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 대상 기업집단 요건은 시행령 규정사항이므로 시행령만 바꿔도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자체가 통과되면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이 463개에서 24개로 줄어들지만 시행령만 개정되면 9개 그룹,225개가 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달 초 발표한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대책을 통해 출총제 자체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1당이 되고 여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한나라당 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출총제가 폐지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차기 정권 몫?

보건복지부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에게 처리시한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는 그러나 이달에 처리가 안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경우 4월이나 6월에 처리되도록 노력하는 수 외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 상반기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개혁작업은 차기 정권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외에 자본시장통합법,서비스업 규제완화,기업환경 개선대책 등은 야당이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다만 "자본시장통합법 등은 올 상반기까지 법률안이 통과되면 문제 없지만 일정 자체가 늦춰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준동·박수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