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해 대선 국면을 앞두고 사이버 공간에서 지난 2002년 대선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UCC(사용자제작콘텐츠)가 올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대선주자인 `빅3'와 관련된 UCC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장악하다시피 한 반면, 탈당 등 내분으로 당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는 열린우리당은 힘을 쓰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인터넷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지지세 확산에 기여한 텃밭이었고 한나라당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잡지 못해 대선에 실패했던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사이버 공간 `상종가'는 '빅 3'가 주도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이들이 등장하는 각종 동영상이 그 첨병.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팬클럽 모임인 MB 연대는 최근 빅 3가 국민을 위해 무조건 달려간다는 취지의 UCC 동영상 `무조건'을 제작,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트로트 가요의 리듬에 맞춰 빅3의 얼굴을 합성한 댄서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을 담고 있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한 팬클럽 회원이 이 전 시장의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을 편집해 올린 `명빡이' UCC 동영상은 인기가 높은 '마빡이' 개그를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자택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담은 `피아노치는 박근혜' 동영상은 애초 미니 홈피에 올라와 있던 것이었지만, UCC 붐을 타고 뒤늦게 네티즌들이 퍼다 나르면서 인기 동영상이 됐다.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호박넷'에도 박 전 대표가 가수 김흥국씨와 함께 노래부르는 모습 등 각종 동영상이 즐비하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경우 `100일 민심 대장정' 때의 활동모습을 과거 `국민체조'의 배경 음악에 맞춰 각색한 '민심 체조'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끈 바 있다.

이들 동영상은 네티즌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로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빅 3와 한나라당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 1일 사전 선거운동 소지가 있다며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엠엔캐스트에 삭제를 요청한 동영상 14건 모두가 한나라당 대선주자와 관련된 것이란 점은 UCC의 파괴력과 한나라당의 사이버 공간 초(超)강세를 보여준 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사이버 공간에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목희(李穆熙) 전략기획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노사모 등 자원 봉사자들이 인터넷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당 지지도가 지금 같지 않았고 노무현의 정치개혁에 국민이 호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 지지율이 낮고 우리당 대선 예비주자들 가운데 국민이 열정을 보낼 만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열세를 솔직히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또 "사실 우리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UCC에 대응할 처지가 못된다"며 "지금은 대선 구도의 변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 후에야 UCC 전략 등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상희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