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외국인 투자자들이 깜짝쇼를 벌였다. 주식시장의 예상치 못한 반전에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수급 공백에 시달리던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매수 주체로 나서 줬다는 점은 반길만 하지만, 아직은 지수 방향성을 속단할 수 없는만큼 당분간은 상향 조정된 박스권에서의 출렁임이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5일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경기지표 등 펀더멘털의 부진을 고려할 때 아직은 조심스런 시각을 가져가야 하지만 급반등의 의미 자체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급구조의 호전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및 금리불안에 대한 우려 해소로 외국인들의 매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기관의 매매 동향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외국인 매수에 따른 투자심리 안정은 프로그램 매매의 긍정적 역할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친 흥분은 피해야 하지만 시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국면 전환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게 박 연구원의 판단이다.

한양증권은 일단 코스피 지수가 1400선에 안착하는지의 여부를 먼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김연우 연구원은 "코스피가 1350선에서의 지지력을 확인한 후 저점을 높여가며 기술적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거래량이 아직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의 복귀를 확신하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에 대해서도 중국 증시의 급락 속도가 완만해지고 국내 증시의 가격 메리트가 약화될 경우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의 '사자'가 특정 업종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1~2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금융주 순매수 규모는 1월 한달간 사들인 물량보다 많은 2749억원에 달했지만, 다른 업종에 대한 외면은 여전하다.

은행주 등에 대한 선호 강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경기둔화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IT와 자동차 등으로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2월 만기 이후 외국인들의 선물 누적 포지션이 1만1700계약 순매도 상태를 보이고 있어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성 연구원은 "우호적인 대외 이벤트 등에 힘입어 연초 수준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겠지만 박스권내 횡보 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는 1350~1450P의 박스권 내에서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스권 상단 근접시 추격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