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1988년 설립된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 2일 네 번째 보고서인 '2007년 기후변화'의 요약본을 냈다. 이런 유의 보고서가 나오면 항상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떠들썩한 모임이 이어진다. 환경보호론자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고 목청을 더욱 높인다. 보고서가 사회적 합의를 대변하고 있으며 세계가 종말로 가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는 에펠탑의 2만개 전구를 끄는 화려한 이벤트도 열렸다. 하지만 나는 (보고서 때문에) 심적으로 괴로웠다고 고백하고 싶다.

이번 보고서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에 대한 예측치를 2001년 보고서보다 섭씨 0.5도 더 높은 평균 3도로 상향 수정했다. 최고 6.4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담았다. 하지만 IPCC와 달리 기온이 1~2도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다른 그룹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과학사를 살펴볼 때 아주 복잡한 과정 속에 있는 한 요인의 설명력을 과장하는 것은 대부분 더 강력한 이론에 의해 대체돼 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도 그런 요인에 해당된다. 덴마크 국립우주센터의 헨릭 스벤스마크 태양-기후 연구센터장은 "온실효과는 (지구온난화에)일정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기온상승이 오직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조차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저 추측일 따름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기상학과 태양-지구학,지구-은하학 등이 갖고 있는 함의는 엄청나다. 이들 연구는 기후변화의 주 요인으로 이산화탄소보다는 우주선(線,cosmic ray)들과 수증기를 들고 있다. 지구화학이나 천문학자들은 이런 요인들이 기후변화의 75%까지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구름이 기후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우주선은 구름의 형성을 돕고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이 우주선의 활동력과 지구의 기온변화를 비교해본 결과,기온변동은 이산화탄소보다는 우주선과 더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런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의 과학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기후는 대단히 복잡하고 단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인간이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것이나 그런 것을 자제하는 것이나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예외적인 게 아니라 일정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뜨거워지거나 추워지거나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발생하는 등의 항상적인 변화에 인류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적,경제적 이슈로 간주돼야 한다. '안정적인 기후'(stable climate)란 말은 일종의 모순어법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IPCC가 오는 4월에 내놓을 보고서에서 보다 현명한 아젠다를 담기를 바란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필립 스토트 런던대 생물지리학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Political Science'를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