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제작 콘텐츠(UCC) 저작권과 관련한 대형 분쟁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생했다.

MTV를 소유한 종합 미디어 업체 바이아컴이 "유튜브가 동영상 콘텐츠 10만건을 무단 사용했다"며 삭제를 요구한 것.유튜브는 "저작권 협상이 결렬돼 콘텐츠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전면 삭제로 맞대응했다.

양사 간 분쟁은 월요일인 5일 태평양 건너편 한국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UCC 저작권 문제가 UCC 천국인 한국에서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빅3'는 이미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로부터 "방송 저작권을 침해하는 UCC 동영상물을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아놓은 상태다.

저작권 분쟁은 UCC 시대를 맞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힌다.

저작권이 있는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일부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잘라 사용하거나,네티즌들이 콘텐츠를 변형해 올리기 때문이다.

내용물 변형 외에도 UCC 서비스를 기반으로 거둬들이는 포털과 사이트의 광고 수익 배분 문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델은 국내든 해외든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시행령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원저작권자와 UCC를 만든 사용자의 저작권을 얼마로 배분할지,또 광고 수익은 어떤 비율로 나눌지 참고할 만한 답안이 없다.



방송 저작권자들의 내용증명 위협에 동영상 사이트와 포털들은 네티즌들이 저작물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방송 콘텐츠의 경우 프로그램의 일부를 편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승익 판도라TV 이사는 "방송 콘텐츠의 일정 분량을 네티즌들이 이용(인용)해 제2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인용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5분 이내로 편집해 UCC로 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판도라TV는 방송 편집 UCC를 네티즌들이 1회 조회할 때 발생하는 광고 수입 2원 중 1원을 방송사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UCC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영국 BBC는 이미 콘텐츠를 누리꾼들이 재편집할 수 있게 개방했다"면서 "성장 중인 쌍방향 미디어인 UCC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털과 동영상 사이트들은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UCC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UCC 내용 중 저작권 침해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저작권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적정 저작권료와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으면 동영상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아컴이 유튜브에 동영상 10만건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도 광고 수익 배분 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국내 음악 방송 등 저작권자들은 전담 모니터 요원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의 위반 사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UCC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는 다음 달 중 UCC 저작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분쟁을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