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정위원장의 섣부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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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문제성 발언이 또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해외 유력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서다.
권 위원장은 FT 5일자 인터뷰 기사를 통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 비춰 볼 때 한국의 재벌은 시장의 기능을 저해할 힘을 갖고 있다"며 "이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권력(power)이 극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두산 등을 '권력 독점자'로 찍었다.
FT가 전 세계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유력 경제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권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의 고위 공무원이 전 세계에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흉을 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런 점이 우려돼서였을까.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권 위원장의 FT 인터뷰 진행과 관련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이 가질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 말한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의 해명대로 권 위원장의 순수성을 100% 믿는다고 하더라도 이번 FT와의 인터뷰 건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권 위원장이 한국과 FT와의 특수한 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조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FT는 2005년 '한국정부가 외국자본을 차별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면서 한국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일이 있다. 이후 상황이 바뀌기는 했지만,고위 공무원들이 FT와 인터뷰를 할 때는 웬만하면 책 잡힐 얘기는 않는 것이 관례화돼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권 위원장이 아무리 국내에서 강연 등을 통해 늘 얘기해온 일반론이라 하더라도 외국인들에겐 국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흠집내기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권 위원장은 작년 말 기자단과의 송년만찬에서 "올 한 해 언론에 대해 많이 배웠으니 내년부터는 대언론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장관급으로서 해외언론을 통해 한국 경제를 말할 때는 한층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깨달았으면 한다.
송종현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
권 위원장은 FT 5일자 인터뷰 기사를 통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 비춰 볼 때 한국의 재벌은 시장의 기능을 저해할 힘을 갖고 있다"며 "이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권력(power)이 극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두산 등을 '권력 독점자'로 찍었다.
FT가 전 세계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유력 경제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권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의 고위 공무원이 전 세계에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흉을 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런 점이 우려돼서였을까.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권 위원장의 FT 인터뷰 진행과 관련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이 가질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 말한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의 해명대로 권 위원장의 순수성을 100% 믿는다고 하더라도 이번 FT와의 인터뷰 건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권 위원장이 한국과 FT와의 특수한 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조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FT는 2005년 '한국정부가 외국자본을 차별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면서 한국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일이 있다. 이후 상황이 바뀌기는 했지만,고위 공무원들이 FT와 인터뷰를 할 때는 웬만하면 책 잡힐 얘기는 않는 것이 관례화돼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권 위원장이 아무리 국내에서 강연 등을 통해 늘 얘기해온 일반론이라 하더라도 외국인들에겐 국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흠집내기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권 위원장은 작년 말 기자단과의 송년만찬에서 "올 한 해 언론에 대해 많이 배웠으니 내년부터는 대언론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장관급으로서 해외언론을 통해 한국 경제를 말할 때는 한층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깨달았으면 한다.
송종현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