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자신감을 두루 갖춘 '알파걸'의 등장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각은 무엇일까.

성별과 상관없이 실력대로 평가받는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현실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연령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교육계에선 알파걸의 미래에 희망적이다.

서울 자양동 신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박 모 교사(49)는 "적어도 10대 여자 아이들 사이에선 알파걸 신드롬이 뚜렷하다"고 확신한다.

박 교사는 "남녀차별이나 성별 능력차와 같은 주제에 대해 글짓기를 시켜보면 여자아이들 중 상당수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웃음을 터트린다"고 말한다.

평균적인 학업성적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앞지르기 때문에 남녀차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사는 "도리어 남자아이들은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현실 사회'에 진출한 20대 이상 여성들과 여성학계에서는 알파걸이 아직 우리 사회의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에겐 여전히 '유리천장(glass-ceiling: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유학파 출신으로 최근 모 화장품 회사에서 한국아디다스코리아 마케팅 담당으로 '스카우트'된 김은경씨(32)는 남들이 보기에는 능력을 인정받는 '알파걸'이지만 "대외업무는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거나 회식에 자주 참석하는 직원이 승진에서 유리한 측면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알파걸이 우리 사회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려면 아직 시일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별·연령별 고용평등지표 결과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시간당 임금비율(노동보상도),임금근로자 비율(노동참여도),관리직 비율(노동위상도),상용직 비율(직업안정도) 등 4개 세부지표를 기초로 작성된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평등 수준이 높은 것.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성별 고용평등지표는 평균 55.7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0년 전인 1995년(50.1)이나 외환위기였던 1998년(49.5)보다는 개선된 것이지만 여전히 남성근로자와 격차가 크다.

이남희 여성가족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여전히 고위 행정직이나 기업체 간부 등 관리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아직 낮은 데다 전반적인 고용 측면에서도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회가 '잘하는 여성'을 칭찬하고 '기(氣)'를 살려주는 분위기라면 여성들 스스로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파걸의 등장을 아직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53)는 "젊은 여성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강한 승부욕이 느껴질 때가 많지만 사실 남성들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도 많다"며 "대다수 여성들이 보이는 강한 자신감과 남성성은 남성들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혜정·김현예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