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어린이병사 출신 20대 파리 회의서 증언

"그 때는 총을 들고 누군가를 쏘는 것이 물 한 잔 마시듯 쉬운 행위가 됐다".
12세 때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어린이병사 출신의 이스마엘 베아흐(26)가 5일 파리에서 개막한 어린이병사 근절 국제회의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50여 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프랑스 정부의 주관으로 '전쟁에서 어린이병사 구하기'를 주제로 6일까지 열린다.

그는 "누군가를 원 상태로 돌려주고 그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어린이병사 출신들이 전쟁터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린이 병사 출신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총을 다룰 줄 아는 그들은 하루 100 달러를 제공하는 이웃의 분쟁 지역으로 갈 수 있다"며 "어린이 병사가 되기는 쉬워도 잃어버린 인류애를 되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수단의 분쟁지인 다르푸르와 동부 차드에서 자행되는 어린이 병사 동원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소말리아, 수단, 네팔, 스리랑카 등 7개국이 유엔의 주요 감시 대상국이다.

파리 회의 참석자들은 15세 이하 어린이들을 징집한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를 전범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에 회부한 결정을 환영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주로 아프리카 등에서 전쟁터에 투입된 25만여 명의 어린이 병사를 지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구들이 취할 정책 가이드라인을 결정한다.

참석자들은 또 군인에 의한 소녀 강간과 어린이를 짐꾼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희생되는 행위 등을 어린이 병사 관련 범죄 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편 영국에 본부를 둔 단체 '어린이 구조'는 성명에서 1997년 합의된 케이프 타운 원칙들에 명시된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우간다에 이르기까지 최소 13개국에서 수십만 명의 미성년 어린이가 전쟁터에 강제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합의에서는 징집이 가능한 최소 연령을 18세로 규정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