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무역업을 하는 박태곤 국제통상 사장(42)이 2003년 7월 클럽900CC에서 기록한 스코어다.
챔피언 티가 아닌 레귤러 티에서 친 스코어지만 프로들도 내기 힘든 진기록이다.
박씨는 프로볼링 선수 생활을 하던 1998년 평소 경쟁관계에 있는 한 동료가 "골프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하자 "칠 줄 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골프 입문의 동기였다고 밝혔다.
게다가 '80타대 정도면 잘 치는 골프'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나 "80타대를 친다"고 말해 버렸다.
보기 플레이어인 동료는 바로 그 자리에서 3개월 뒤에 라운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덜컥 약속을 한 박씨는 그날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레슨 프로를 만나자마자 3개월 만에 80타대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지요.
고개를 젓더군요.
그날부터 하루에 8500∼9000개가량의 연습볼을 쳤습니다.
두 달쯤 지나 '머리를 얹으러' 가서 7번 아이언으로만 라운드해 94타를 기록했습니다."
박씨는 창피를 당하기 싫어 약속한 날까지 연습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연습장 근처에 식당이 없어 종일 밥도 안 먹고 음료수만 마시면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약속했던 라운드 날은 박씨의 세 번째 라운드였다.
부산 통도CC에서 88타를 쳤다.
지금도 그 동료는 박씨가 당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박씨는 입문 후 6개월11일 만에 경북 파미힐스CC에서 78타를 쳐 첫 '싱글스코어'를 기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100타를 넘겨 쳐본 적이 없다.
가장 못친 스코어는 98타로 기억하고 있다.
"18년간 몰두해온 볼링이 골프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볼링도 골프와 비슷하게 어느 지점을 정해 공을 보내거든요.
특히 퍼팅할 때 그런 가상의 라인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골프 실력을 한 단계 높이고 싶다면 '고수'들과 라운드를 해보라고 권했다.
특히 핸디캡을 받지 말고 그들과 내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돈은 잃지만 엄청난 자극을 받게 되더군요.
고수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하면 치열하게 연습을 하고 그러다 보면 실력이 부쩍 늘기 때문이지요.
100타를 치는 골퍼들끼리 계속 어울리면 결코 실력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는 또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 봐야 골프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게임 운영 능력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연습장에 열 번 가는 것보다 실전 라운드를 한 번 하는 게 더 낫듯이 대회에 한 번 참가하는 것이 여러 차례의 라운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