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으면 그냥 사진에 불과하고 작가가 찍으면 왜 작품이 되는 걸까.'

아마추어와 프로사진 작가의 경계를 밝혀주는 전시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젊은 사진작가 고현주를 비롯해 구성수 김도균 김상길 이윤진 등 다섯 명이 참여하는 '서양식 공간예절'전이다.

사진계의 '괴짜'로 통하는 이영준 계원조형예술대 교수(46)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의 공허한 이미지와 겹쳐진 권력,대중문화의 현실을 '공간'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공간'이란 개념을 개성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소형 카메라로는 왜 작품이 안 되는지,작가들은 왜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쓰는지 등의 의문점도 풀린다.

동시에 서양의 패러다임을 닮아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공간'들이 어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고현주씨(41)는 국회의원 등 공권력 핵심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작가.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법무장관실,농림장관실,국방부 로비,헌법재판소 대회의실을 찍은 대형 사진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요구한다.

경제성장의 사각지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구성수씨(37)는 저소득층이 즐겨찾는 싸구려 한식당,조악한 작품들이 진열된 갤러리,무질서한 사우나 내부를 찍어 그늘진 한국사회의 문화 수준을 폭로한다.

건축사진을 찍는 김도균씨(34)도 고층아파트 옥상 등을 원근감 있게 찍었다.

이 밖에 에르메스상 후보에 오른 김상길씨(33)의 이야기가 있는 대형 건물사진,이윤진씨(35)의 일상 공간 속 가구와 사물들의 조화를 부드럽게 관조한 실내사진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오는 4월1일까지.(02)720-066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