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건설이 지난 몇 년간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 증설까지 무산돼 토지시장이 급랭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일대 중개업소는 정부가 증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나온 이후 한산한 모습이다.

아직까지 토지 급매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매수세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증설만 허용되면 협력업체 유치 등으로 땅값이 크게 꿈틀거릴 것이라는 기대가 일시에 사라져버린 것.


중개업소가 밀집한 하이닉스 공장 맞은 편 신하리 일대는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증설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아직 곳곳에 걸려 있어 큰 아쉬움을 대변하는 듯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53.8km)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공장 증설까지 불발돼 토지 등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천시가 주택 등의 건축을 허용하기 위한 관리지역 세분화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이것 역시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는 평가다.

◆'기대가 실망으로'

2005년 땅값이 최고 두 배 이상 올랐던 부발읍 일대 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전철 부발역 예정지나 도로변 논밭은 여전히 평당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뚝' 끊겼다.

하이닉스 공장 인근 신한공인 관계자는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60%) 때문에 매물이 적어 호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일대 토지시장의 가장 큰 호재로 꼽혔던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사업 지연으로 실망감이 더한 분위기다.

신하리 우성공인 관계자는 "착공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 지가 벌써 3∼4년이 넘었는데 아직 토지보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천 구간은 언제 사업이 시작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발읍 외 다른 지역의 토지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월면의 경우 작년 초 평당 20만원하던 논밭이 평당 30만∼40만원,평당 30만원하던 관리지역이 평당 70만∼80만원까지 올라있지만,하이닉스 공장증설 불발에 따른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월면사무소 인근 대림공인 관계자는 "하이닉스 사태는 이 지역의 과도한 규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어서 투자심리를 한층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장호원읍 용성공인 관계자도 "장호원이 이천의 다른 지역과 함께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도 꼽힌다지만,관리지역 A급 땅도 평당 30만원 정도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10%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리지역 세분화에도 '무덤덤'

현재 이천시는 기존 관리지역(옛 준농림·준도시지역)을 건축규제가 가장 많이 풀리는 계획관리지역 및 생산·보존관리지역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천시 도시과 관계자는 "지난해 주민공람을 마친 만큼 이달 안에 경기도에 도시관리계획 세분화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천은 주택을 짓기 용이한 계획관리지역 비율(주민공람 기준)이 76%로 높아 세분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지난 '1·11대책'에서 계획관리지역에서 2종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경우 용적률을 기존 100%에서 최고 200%까지로 높여주기로 해 땅값 강세도 점쳐졌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관리지역 세분화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중리동 황금R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느 곳이 계획관리지역이 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리지역은 개발할 수 없는 땅들과 혼재해 있어 세분화 이후에도 주택을 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하리 가람공인 관계자는 "관리지역 세분화로 생산·보존관리지역이 되면 건폐율이 오히려 기존 40%에서 20%로 절반이나 떨어지기 때문에 세분화는 오히려 악재"라고 설명했다.

이천 '설봉 1차 푸르지오'를 분양 중인 대우건설 최영욱 분양소장은 "이천시는 현재 인구가 20만명 정도밖에 되지않는 데다 각종 규제가 너무 촘촘하게 많아 계획관리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행사나 건설사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천=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