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존 페퍼 국제관계센터(IRC) 국제문제담당 국장은 지난 6일 자신이 공동소장으로 있는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은 '부시와 김정일'이란 글에서 외모상으로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날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작고 배가 볼록해 달라 보이지만 한꺼풀만 벗겨 보면 유사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우선 두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되고자 노력하지만 모두 특권층 출신이고 자신의 출신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일은 자신의 출생지를 옛 소련이 아니라 백두산이라고 내세우며 민족주의자 가계임을 내세우고 있고,부시 대통령은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귀족 혈통이기보다 자신이 '텍사스 소년'으로 간주되길 더 좋아한다는 것.

페퍼 국장은 두 사람의 성격과 관련,공통적으로 성급하고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고 '우리 대 그들'이란 대결적 사고의 틀을 갖고 있어 세계의 불안정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찬양과 아첨을 좋아하는 '구제불능의 나르시스트'여서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고 자신이 역사를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그는 두 사람이 명목상으로는 군 최고통수권자지만 군부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고,권좌에 오르기 직전까지 제대로 된 리더십도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두 지도자의 카리스마 부족도 눈에 띄는 유사점으로,정치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각각 이라크전쟁과 북핵프로그램이란 최악의 외교정책을 선택했다는 것.

페퍼 국장은 또 김정일은 미치지는 않았다고 전제한 뒤 북한이 성급한 군사도발을 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대대적인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김정일은 북한이 군사적으로 위협받거나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으면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