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하게 풀먹인 칼라에 단정하게 채워진 호크,가지런한 단추,일자로 잘 다려 입은 바지는 모범생 교복의 전형이었다. 가끔은 모자를 삐뚜로 쓰고,운동화 뒷굽을 접어 신고,실핀으로 치맛단을 줄여 입었다 해도 그것은 학창시절의 멋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교복은 학생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교복은 삶의 동반자와도 같은 것이었다. 흔히 사춘기 시절에 그렇듯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일 때 교복을 입으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고,파릇한 소년 소녀가 장래의 꿈을 그릴 때도 교복은 항상 옆에 걸려 있었다. 싸움을 해도 상의는 꼭 벗었고,다시 옷을 입고서 매무시를 하면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얻는 기분이었다. 교복이 안식처가 되는가 하면 때로는 도피처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교복이 1980년대 중반 매도를 당했다. 군국주의 일제의 잔재인 데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저해하는 몰개성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교복 자율화조치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졌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여전히 교복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종전의 획일적이고 딱딱한 모습은 사라지고 다양한 디자인과 밝은 색깔로 바뀌었다.

교복의 멋은 한껏 부풀어졌으나 해마다 신학기가 다가오면 골칫거리로 등장해 학부모와 교육당국의 애를 태운다. 같은 교복이라 해도 소재와 형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학생들이 고가의 제품을 고집해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업체의 폭리 문제까지 불거지자,마침내 교육부가 나서 중·고교 신입생들의 경우 오는 5월까지 사복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사실상 하복부터 교복을 입게 되는 셈이다.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교복이 되레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꼴이 돼 버렸다. 요즘 한창 학교와 지자체들이 벌이는 '교복 물려주기''교복 나누기' 행사가 학생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