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7일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의 대표 발의로 민간택지의 택지비를 감정가만 인정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8월 말까지 사업시행인가(사업승인)를 신청한 뒤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일반 분양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토록 했다.

이 개정안은 건교부와 협의를 거친 것이어서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은 8일 국회 건교위에 회부돼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3월5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땅을 살 때 실제로 들어간 비용 대신 감정가로만 택지비를 인정할 경우 서울 성수동 뚝섬 상업용지 등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뚝섬 주상복합개발 불가능

분양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감정가만 인정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시가 고가로 매각한 뚝섬 상업용지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감정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상업용지를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뚝섬 상업용지의 1구역(5291평)은 감정가(1381억원)의 두 배가 넘는 2998억원에 개발업체 인피니테크사에 팔려 한화건설과 시공약정을 맺었다.

3구역(5505평)도 입찰 예정가의 거의 두 배인 3824억원을 낸 대림산업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4구역(5741평)은 감정가의 2.4배인 4440억원에 개발업체 P&D홀딩스에 낙찰됐으나 잔금을 치르지 못해 연체이자만 1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은 "땅값을 감정가격으로만 인정해 준다는 1·11 대책의 취지에서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며 "향후 시행령에 법안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는 담지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택지비는 감정가만 인정하고 예외를 두지 않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사업도 큰 타격

또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일반분양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8월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한 뒤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경우엔 예외를 두기로 한 규정은 최소한 4~5개월이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생색내기'라는 지적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이 사업승인을 신청하면 지자체는 30일 이내에 승인을 내주도록 돼 있지만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이 다음에는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현장설명회(7일 전 공고)→20일 후 시공사 입찰→건설사 합동설명회(2회 이상,7일 전 공고) 등에 최소 41일이 걸린다.

시공사와 공사비가 정해지면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는데 조합원에게 통지일로부터 30일에서 60일 이내에 신청하도록 돼 있다.

마지막으로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안을 확정하는 데 30일 이상 주민공람이 필요하다.

재개발의 경우 사업승인인가 전 단계인 조합설립 이후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어 추진 속도가 재건축보다는 빠르지만 나머지 절차만으로도 120일 이상이 걸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4~5개월이란 시일도 단순히 산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 통상 재건축은 10개월,재개발은 8개월 정도 걸려 예외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옵션제 의무화

이와 함께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는 벽지 바닥재 조명기구 등을 계약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공공택지 내 주택은 입주자모집 공고시 택지비와 공사비,간접비 등을 비롯해 61개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또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입주 후 10년 이상 지나면 사업주체에 환매) 등을 국가나 지자체,주택공사,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김문권·이정선·서욱진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