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지난 6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일부 회장들의 모임에서 자신의 용퇴를 권유했다는 보고를 받고 '연임 포기'를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경련의 개혁 부진을 이유로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한데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일부 회장들이 사태수습을 위해 강 회장의 용단을 건의하자 연임 포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최용권 삼환기업 회장,허영섭 녹십자 회장,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등은 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김준기 회장의 사퇴 여파 수습과 강 회장의 3연임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전경련 총회를 앞두고 강 회장 선출에 대한 재계 의견을 최종 수렴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강 회장을 재추대한 지난달 25일의 회장단 회의 분위기와는 달랐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달 25일 회장단 공식 회의 때는 참석자 대부분이 '대안 부재론'을 의식,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강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었다.

회의 후 전경련 사무국은 사실상 만장일치 추대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도 강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유보적인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그 후로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데다,급기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마저 전경련을 비난하며 전경련 부회장직을 내놓자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일부 회장들이 강 회장 연임과 관련해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일부 회장들이 자리를 함께한 비공식 회장단 회의에서 A 회장은 "지난 25일 모임에서 강 회장이 추대됐더라도 지금은 연임을 재고해볼 상황이 됐다"며 차기 회장 선출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B 회장은 "여러가지 악재들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강 회장이 3연임을 하면 재계나 전경련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 회장은 강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용퇴를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회장단 기류가 심상찮게 돌아간다고 느낀 강 회장은 6일 오후 더 이상 전경련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조건호 부회장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의 연임 포기로 전경련 회장단도 당분간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적지 않은 혼선을 겪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추락한 전경련 위상을 바로 세우고 재계의 화합을 이끌어낼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

조일훈·장창민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