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브릭스 자산시장이 주춤거리면서 글로벌 자금흐름에 있어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뉴 이머징 마켓으로 '포스트 브릭스'가 부각되면서 이들 시장으로 자금유입이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주요 기관들이 꼽는 포스트 브릭스 후보군으로는 16∼17개국에 이른다.

그 중에서 올해 초 일본의 브릭스 연구소가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아르헨티나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VISTA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과열 기미를 보임에 따라 한국 등 일부 국가가 규제하기 시작한 베트남이 여전히 세계 증시에서 '제2의 중국'으로 불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베트남은 글로벌 시대의 가장 큰 성장동력인 인구가 8400만명에 달하는 데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해 올해 성장률이 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기관들은 앞으로 VISTA가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갈 국가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브릭스 연구소는 2005년에 9600억달러였던 VISTA 5개국의 경제규모(GDP 기준)가 2050년에는 26조8000억달러로 약 28배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 이머징 마켓으로의 자금유입과 함께 그동안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브릭스 자산시장의 거품을 발생시킨 자금원천국으로 회수되는 조짐도 감지된다.

최근 들어 경고음이 잇따를 만큼 브릭스 시장에 거품을 발생시킨 주자금원은 캐리자금과 펀드자금이다.

자금의 성격상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캐리자금의 경우 최대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90% 이상이 엔캐리 자금과 달러캐리 자금이다.

펀드자금 규모는 그 이상이다.

헤지펀드만 하더라도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투자원금이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최근 들어 차입국의 금리와 통화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고(예: 일본),투자대상국에 거품이 발생해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예:중국과 인도) 캐리자금과 펀드자금의 원천국인 일본,미국,유럽시장으로 청산되거나 회수될 조짐이 일고 있다.

우리도 지난 몇 년 동안 원캐리 자금과 원화 펀드자금이 중국,인도 등에 그 어느 국가 못지않게 많이 투자됐다.

최근 들어 국내증시가 기초여건 면에서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대상에 있어서는 금융상품에서 예술품,골동품과 같은 실물투자로 자금이 계속해서 옮겨가고 있다.

실제 예술품 경매판매 움직임을 나타내는 메이 보제스 예술품 지수도 지난해 이후 15%나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부자들일수록 예술품과 골동품을 투자대상으로 선호하는 것은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데다 수익률 자체도 들쭉날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올해 수급에 커다란 차질이 예상되는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최근처럼 이머징 마켓과 국제간 자금흐름이 바뀌는 상황에서는 그동안 잠복돼 있던 투자위험(risk)이 부각되는 점이다.

특히 VISTA는 높은 성장성으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종전의 이머징 마켓이나 브릭스, 친디아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따라서 투자위험이 발생하면 경제주체 가운데 사전 대비가 가장 어려운 개인들에게는 더 큰 손실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