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처럼 독일 전역에 바둑을 퍼뜨리는 데 제가 작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의욕도 생기고 기대도 큽니다."

여류국수 타이틀을 3연패해 '윤국수'로 불리는 윤영선 5단(30).그녀에겐 최근 '바둑 전도사'란 수식어가 이름 앞에 새로 붙었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며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강 한국바둑을 보급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그녀가 독일로 떠난 것은 지난해 4월.

"2001년부터 하호정 김민희 등 가까운 여류기사들과 유럽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유럽바둑 콩글레스(유럽에서 열리는 가장 큰 바둑대회)를 참관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유럽지역 사람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은 것을 보고 놀랐죠.하지만 프로기사가 없다 보니 바둑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죠.이 지역 사람들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바둑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함부르크 바둑클럽에서 200여명의 아마추어 바둑기사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강좌를 연다.

주중엔 개인지도와 그룹레슨을 병행하며 바둑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서 바둑대회가 열리면 기간이 보름은 보통이죠.우리처럼 하루 이틀 만에 후다닥 해치우고 우승자를 가리는 그런 방식과는 천지차이죠.한마디로 축제 분위기예요.

편안하게 잔디 위에서 수담을 나누는가 하면 스스럼 없이 상수에게 질문도 하고 대회기간에 열리는 바둑강좌에도 참가하고,한마디로 바둑을 즐길 줄 알아요.

솔직히 부럽더라고요."

오로지 바둑보급만을 위해 단신으로 독일로 떠나온 지 어언 10개월.조금씩 적응돼 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국생활이 만만치 않다고 그녀는 토로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죠.처음엔 한 6개월만 공부하면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저의 오산이었어요.

지금도 손짓 발짓에 영어까지 섞어가며 대화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웃음)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왕 시작한 거 한번 끝까지 해 봐야죠."

바둑보급을 위해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후배들에게 그녀는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보람된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윤 5단은 지난 6일 입국했으며,오는 13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