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달 들어 주식을 대거 순매수해 코스피지수를 1300대 중반에서 1400선 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덕분에 투자자들이 오랜만에 웃음을 짓고 전체 시장분위기도 호전되고 있으니 외인부대의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갑자기 한국 시장을 다시 찾은 외국인들은 과연 어떤 세력들일까. 매수규모의 크기나 기동성 등을 감안할 때 헤지펀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중국 증시의 열기가 냉각됨과 동시에 한국으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세력이 다수 포함돼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실 요즘의 국제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은 헤지펀드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몰려다니는 까닭에 시장 동향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 증시가 한동안 급등세를 치달은 것도 헤지펀드의 영향이 컸음은 물론이다. 증시만이 아니다. 외환시장 상품시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나 이후의 급락세는 헤지펀드 자금의 이동에 기인한 바 크다. 비철금속류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줄달음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얼마전 국제상품시장에서 한 대형 헤지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리와 아연 가격이 폭락한 사실만 봐도 헤지펀드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드러난다.

헤지펀드의 파워가 최근 더욱 증대된 배경에는 국제적 저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낮은 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부동자금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규모는 급팽창 가도를 달리고 있고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수 억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챙기면서 초고소득 부호층으로 자리잡았다.

헤지펀드의 융성에 따른 부작용은 결코 적지가 않다.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주가나 상품가격 화폐가치 등에 거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 경제 상황이 취약한 나라에 위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았던 것 역시 헤지펀드 자금의 급격한 이탈에 한 원인이 있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헤지펀드를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돈이라는 것은 수익이 나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기본적 속성인 데다 시장이 침체됐을 때는 이런 자금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탓에 저평가된 시장이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마련이어서 큰 시각으로 보면 세계 각국 시장 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헤지펀드들이 과연 한국시장을 과녁으로 삼았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국 등에 비해 저평가 양상이 뚜렷한 은행주 등 일부 업종에만 매수세가 쏠리고 있는 데다 매수 강도 자체가 둔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자금 유입 추세가 어떠하냐에 따라 장세 흐름 역시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계금융시장을 휘젓고 있는 헤지펀드는 지금 한국증시에서도 최고의 주목 대상이 됐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