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유럽중앙은행(ECB)을 유치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시는 런던이나 파리 등 유럽의 다른 금융 중심지에 비해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후 1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프랑크푸르트는 금융 중심지가 되기는커녕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유로화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가 ECB 유치로 인한 경쟁 우위와 유럽 대륙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 등을 살리지 못하고 금융 허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 허브 야심은 옛말

강세 통화인 마르크화를 사용했던 독일은 당초 유로화 통용에 반대했으나 ECB 유치를 조건으로 유로화 통합에 동의했고,이를 계기로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최고의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런던이 뉴욕마저 따돌리며 세계 최고의 금융 허브로 부상하는 동안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금융회사로부터도 외면당할 만큼 위상이 약해졌다.

일례로 독일의 대형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는 런던에 직원을 대거 파견해 주식거래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실제 런던이 전 세계 외화 주식거래의 40%를 점유하고 있지만 프랑크푸르트는 3%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작년 런던에서 신규상장 367건이 이뤄졌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10건에 그쳤다.

드레스드너방크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번스토프는 "독일 기업이 상장할 때 독일 투자자는 없어도 되지만 영국 투자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도 파리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를 인수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유로넥스트를 인수함에 따라 파트너 없는 외톨이 신세로 전락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러시아 및 동유럽과 가깝지만 독일 금융회사들은 동유럽에 상대적으로 늦게 진출했다.

◆쇠퇴의 원인은 규제와 교육

금융 허브가 되려면 무엇보다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판례 중심의 영미법 체계와 달리 성문법인 대륙법을 갖고 있는 독일에서는 경직된 규제가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았다.

아직도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많아 독일 금융회사는 외국 회사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다.

또 해고를 제한하는 노동 관련 법규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구조조정을 쉽게 단행하지 못했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독일이 38.6%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와 함께 영국에는 런던비즈니스스쿨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이 있지만 독일에는 이와 필적할만한 교육기관이 없어 금융 전문인력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FT는 프랑크푸르트가 금융 허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해야 하고 금융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준 높은 교육 기관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