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중·러·일 6개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북핵 6자회담 5차 3단계 회담이 지난 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작됐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 달라"고 6자회담 대표단에 촉구했다.

개막에 앞서 미국 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회담의 진전 여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 전망에 대해 "전적으로 김계관 부상(북한 회담 대표)과 그의 보스(김 위원장) 사이에 결정되는 문제"라며 "김 부상이 합의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갖고 왔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직전 회담에서 김 부상이 '금융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6자회담 의제에 응하지 말라'는 최고위층의 지시에 매달려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았음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양 정상이 상대국을 자유롭게 오가는 완전한 관계 정상화'의 비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수주 내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면 미국 및 주변국이 대북 에너지 및 인도적 지원을 동시 개시한다'는 각서에 양국이 서명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해선 "어떤 것에도 서명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서명 형식이 아니었을 뿐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편 천영우 우리측 회담 대표는 이날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대표와 따로 만났다.

일본이 자국민 납치 문제를 이유로 대북 에너지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설득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오 6개국 대표단 중 가장 늦게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김 부상은 "초기 단계 조치에 대해 토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공존으로 나오려 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