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가 이틀째 숨고르기를 이어갔지만, 기술적 부담감이 높아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해진 수순이란 평가다.

하지만 수급에 대한 자신감이 아직 붙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이 다소 '호들갑스럽다'면서 기관의 움직임이 둔하다는 점이 더 크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9일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지난 이틀간 지수 조정폭은 5포인트에 불과했다"면서 "지수 반등을 외국인들이 이끌어온 만큼 시장의 호들갑스런 반응을 이해는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외국인들의 매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줄어든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이머징 증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밸류에이션 등이 뒷받침되면서 최소한 외국인들의 매도는 일단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나아가서는 매수 우위 내지는 강한 매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다른 이유를 차치하고 단순하게 볼 때도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2년반 동안이나 주식을 팔아치웠다면 이제는 매수를 기대해봐도 좋을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강문성 연구원도 "그 동안의 순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팔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그 보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 강도가 강해지고 있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일 기관은 657억원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전날인 7일까지 사흘간 4000억원 가량의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국내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제한적인 기관의 수급에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진다면 수급 공백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전반적인 환매 확산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투신권은 1400대에 진입할 때마다 매도를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1400대에서의 안착이 확인된 이후에는 매도세가 둔화됐다"며 "지수 조정폭이 크지 않다면 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단기적인 수급상의 어려움이나 지수의 완만한 기간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1400선을 과격하게 이탈하는 흐름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직은 포지션 축소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외국인의 매수로 수급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상승의 열쇠는 투신권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의 체력 회복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수출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엔화 약세 기조가 G7 회담 등을 모멘텀으로 변화할 경우 반등의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1390~1400선을 이번 조정의 단기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조정 기간 역시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외국인 매수에 따른 지수 폭발력과 기관 매수/매도 종목의 주가 급등락 현상을 감안할 때 외국인과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금액 기준으로만 봤을 때 이번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우리금융 한진해운 삼성화재 신한지주 LG필립스LCD 등이다.

POSCO SK LG전자 삼성물산 S-Oil은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

코스닥 시장에선 LG텔레콤 평산 CJ홈쇼핑 현진소재 GS홈쇼핑다음 태웅 티엘아이 나래시스템 포레스코가 각각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을 끌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