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국토 면적만 한반도의 8배에 달하는 대국이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온 국토가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몽골은 전통적인 유목문화를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특히 사람과 동물,자연환경과 기후 등 네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오랫동안 균형을 이뤄온 곳이기도 하다.

이들 중 일부가 남아 있는 국가는 아직도 있으나 네 가지 요소 모두가 완벽하게 남아 있는 국가는 아마도 몽골뿐일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글로벌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옛 모습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

한국의 시골도 마찬가지다.

몽골의 시골 역시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전통이 남아 있다.

시골 생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와 달리 안정성이 크다는 점이다.

도시에서는 전기나 수도가 안들어 오면 엄청나게 큰 혼란이 생긴다.

그만큼 의존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웬만한 주변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생활 수준이 도시보다 못하다는 한계는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이런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몽골다운 곳이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1시간40여분을 날면 도착하는 흡스굴(khuvsgul)이라는 호수가 있다.

흡스굴은 바이칼 호수 바로 밑에 있는 호수로 둘레가 137km,깊이는 260여m에 달하는 대형 호수다.

이 호수의 물은 세계에서 가장 맑다.

물론 그냥 마셔도 된다.

주변 환경도 아직 오염되지 않고 잘 보존돼 있다.

이 호수의 북쪽 지역에는 몽골에서도 소수인 특이한 민족이 살고 있다.

차탕(Tsaatan)이라고 불리는 이 소수민족은 흡스굴의 맨 북쪽 지역에 사는데 현재 44가구만이 남아 있으며 인구는 200~400명에 불과하다.

'차'는 사슴을,'탕'은 민족을 의미한다.

따라서 차탕이라는 말은 사슴에 의존해 사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이제 숫자가 얼마 남지 않은 민족이지만 아주 씩씩하게 사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의 생활에서 사슴은 필수 불가결한 동물이다.

사슴이 생활의 모든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슴을 보살피는 것은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과이며 이동할 때도 사슴을 타고 다닌다.

또 식량으로 사슴 고기와 젖을 먹고 사슴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사슴 뿔은 말 그대로 녹용으로,약으로 쓴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이들이 의존해 사는 사슴의 숫자가 약 600마리 정도로 최근 들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2000마리에 달했다.

이는 몽골 정부가 어떤 사슴 보호책도 내놓지 않아 그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슴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차탕족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차탕족은 원래 고산지대에 사는 사슴의 특성을 좇아 계절이 바뀌면 사슴을 따라 이동하며 살아왔다.

여름에는 서늘한 산 위로 올라가는 사슴을 따라 고산지역으로 이동했다.

여름에 고산지역은 날씨가 서늘하고 파리도 적은 데다 이끼도 풍부해 사슴을 기르기에는 최적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지만 흡스굴 지역 전체가 타이가 지역으로 겨울에는 매우 춥다.

차탕족은 그러나 이런 기후에 잘 적응하며 살아온 특이한 민족이다.

한국에서는 찾아가기 먼 곳이지만 몽골에서도 외딴 지역에 사는 이들의 모습을 한 번 본다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과거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의 몽골대사관(02-798-3464)

정리=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