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주식시장에서 이럴 것이라고 짐작가는 현상을 수치로 증명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해주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부 이원선 차장은 아직도 '퀀트 애널리스트'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차장은 퀀트 분야에서 활약 중인 1세대 여성 애널리스트다.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계량분석을 시작,2000년 외국계인 ING베어링증권을 거쳐 2002년 대우증권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일해왔다.

퀀트는 '양으로 잴 수 있는'이란 뜻의 영어단어 'Quantitative'의 약자로,퀀트 애널리스트는 흔히 계량분석가로도 불린다.

애널리스트는 크게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전략가),섹터 애널리스트,퀀트 애널리스트로 나뉜다.

'스트래티지스트'가 시장 전체의 투자 전략을 다루는 반면 '섹터 애널리스트'는 특정 업종과 관련 기업들은 분석한다.

이 차장은 "스트래지티스트가 '숲'을 본다면 섹터 애널리스트는 '나무'를 본다"며 "스트래티지스트와 섹터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퀀트 애널리스트"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몇년 새 여성 퀀트 애널리스트 바람이 거세다.

대우증권의 이 차장을 비롯, 이민정 수석연구원과 이은아 수석연구원(삼성),서은숙 수석연구원(현대),김지희 연구원(신영),최정아 연구원(한화),김진영 연구원(미래에셋),김상미 과장(한국투신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통계학이나 경영·경제학 등을 전공했다.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끈기 있는 '우먼 파워'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지희 연구원은 "숫자를 다루다보니 세심하게 신경쓰는 일이 많다"며 "이 때문에 여성들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아 수석연구원도 "퀀트 업무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며 "여성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업무 경쟁력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연봉은 섹터 애널리스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능력에 따른 차이가 큰 편이다.

퀀트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매출 증가율,EPS(주당순이익) 및 영업이익 증가율,ROE(자기자본수익률) 증가율 등 재무제표를 활용해 기업의 영업활동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또 업종을 떠나 성장주나 가치주를 고를 때 퀀트 애널리스트가 각종 수치 자료를 활용해 관련 종목을 선정한다.

월별로 유망 업종을 뽑거나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의 종목별 투자 비중을 정해주는 것도 주요 업무다.

통계 모델을 통해 코스피지수의 변동을 예측하는 것도 퀀트 애널리스트의 몫이다.

이민정 연구원은 "체계화된 데이터 속에서 과학적인 투자 방법을 찾아 내는 모든 활동이 퀀트 애널리스트의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데이터 가공 못지 않게 해석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 차장은 "M&A(인수합병) 이슈가 부각될 때 관련 종목을 선정하는 것도 퀀트 애널의 임무"라며 "과거 M&A 기업의 주가 변화,해외 사례 등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는 종목의 주가 흐름을 예측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