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모면한 외국계 펀드에 첫 실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9일 LG카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외국계 펀드인 워버그핀커스가 세운 에이콘·피칸 대표이사 황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LG그룹 상무 이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LG카드 주주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에게 벌금 225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에이콘과 피칸 측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본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265억원씩을 벌금으로 선고하고 이를 가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상장법인의 주요주주와 임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은 기업에 대한 신뢰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회피손실액이 크고 증권거래소 비회원사를 통해 은밀히 매각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계 펀드에 대해 "미공개정보 혐의를 피하기 위해 일임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죄질이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LG카드가 2003년 상반기에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했음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게 돼 대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내부 정보를 알게 됐다.

증권거래소 비회원사인 증권회사를 이용하면 주식 보유자가 드러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주식을 내다팔기로 하고 최 회장 소유의 LG카드 주식을 장내매도해 112억원의 손해를 모면하게 했다.

LG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외의 결과"라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