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해'가 기업들에 뜻하지 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황금돼지 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물복을 타고 난다'는 속설 탓에 직장 여성들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올해 집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젊은 여직원이 많은 항공 교육업체 등은 '황금돼지 베이비 붐'으로 인해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정도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사팀엔 올 들어서만 여승무원 휴직계가 35건이나 접수됐다.

모두 임신을 했거나,출산 후 아기를 돌보기 위해 제출한 것이다.


이로써 아시아나 여승무원 휴직자 수는 전체 한국인 여승무원(1859명)의 16.3%에 해당하는 303명으로 불어났다.

2005년 말 13.5%였던 여승무원 휴직률이 1년 새 2.8%포인트나 늘어난 것.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 특성상 승무원은 임신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휴직에 들어가 아이가 만 1세가 될 때까지 대개 2년 정도 쉰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올 6월께엔 임신·출산 휴직자 수가 36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여승무원 채용 계획을 짤 때 '황금돼지 출산휴직 변수'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나는 이런 점을 감안,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80명의 객실 승무원을 선발했다.

객실 승무원을 양성하는 데 3~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올해 투입할 인력을 미리 뽑은 것이다.

아시아나는 올해도 평년보다 100명 이상 많은 4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객실 승무원을 310명 뽑은 데 이어 올해는 5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여승무원 휴직률은 2005년 13% 수준에서 지난 1월 말 현재 15%대로 높아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대거 채용한 여승무원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면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신청이 늘고 있다"며 "승무원 특성상 휴직 기간이 긴 데다 대체 인력 투입도 어려운 만큼 신규 채용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IT(정보기술) 은행 패션 등 여직원이 많은 업체들도 '황금돼지 베이비 붐'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체 직원 12명 중 세 명이 임신부인 웅진씽크빅 총무팀의 경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 명이 순번을 정해 순차적으로 출산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례대로 출산 직후 3개월간 휴가를 가면 두 명이 한꺼번에 빠져 업무 공백이 생긴다"며 "일부 직원들은 출산 전에 쉬고 산후조리 기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 CNS 경영정보팀은 여직원 세 명이 올해 출산휴가를 냄에 따라 나머지 팀원 16명이 이들의 업무를 나눠 맡았다.

이 팀은 업무량 증가로 외부 인력을 한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 관계자는 "현재 전체 여직원의 6.4%가 출산휴가를 떠난 상태"라며 "30대 기혼 여직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출산휴가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마다 출산 및 육아휴직이 증가하면서 휴직자의 업무 공백을 메울 단기 취업 구인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인터넷 취업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1월1~20일과 올해 1월1~20일 자사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 수를 비교한 결과 3개월 이하 여성 임시직 구인자 수는 2074명에서 3043명으로 46.7%나 늘어 남성을 포함한 전체 증가율(33.7%)을 크게 상회했다.

4개월 이상 여성 구인 수요도 5967명에서 1만353명으로 73.5%나 증가,남성 구인 수요 증가율(69.9%)보다 소폭 높았다.

알바몬 관계자는 "3개월 미만 여성 임시직 구인 수요의 대부분은 출산휴가에 들어간 직장 여성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라며 "황금돼지해 출산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의 여성 임시직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송형석·문혜정·차기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