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경기 침체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가 좋을 때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무더기로 대출해 줬던 HSBC 등 금융회사들의 부실여신비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주택 경기침체가 모기지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3위 은행인 HSBC는 "작년 모기지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 17억6000만달러를 추가 충당금으로 적립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라 HSBC의 모기지 부실규모는 105억달러에 달해 부실 비율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HSBC에 이어 미국 2위의 비우량(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 취급 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도 "작년 4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실모기지 증가로 작년 1~3분기의 실적도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대형 모기지 회사가 대규모 부실을 발표하자 다우 및 나스닥지수,S&P500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두 회사를 비롯해 워싱턴 뮤추얼,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 등 모기지 규모가 많은 회사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모기지의 대규모 부실이 야기된 것은 주택 경기침체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기지 금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주택경기가 좋을 때 경쟁적으로 모기지를 확대해 왔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빌려줘 위험성이 큰 '비우량 모기지'도 무차별적으로 취급했다.

집 구입 가격의 100%를 대출해 주는 회사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 금융회사 대출의 30%가량이 모기지일 정도로 거품이 잔뜩 끼었다.

주택경기가 침체되자 문제가 생겼다.

집이 팔리지 않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도 우량 모기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비우량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 등에게 적용되는 비우량 모기지는 금리가 2~3%포인트가량 높다.

이에 현혹된 금융회사들은 비우량 모기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비우량 모기지 비중은 전체 모기지(10조달러)의 24%로 늘어났다.

HSBC도 비우량 모기지에 발목이 잡혔다.

비우량 모기지가 많은 중소형 회사들은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와코비아는 비우량 모기지 사업부문을 지난주 폐쇄했다.

모기지렌더스 네트워크 등은 파산신청을 했다.

ABN암로 등도 비우량 모기지 취급을 중단했다.

주택경기 호황만 믿고 무분별한 모기지 확대에 나섰던 금융회사들에 대규모 모기지는 이제 부실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