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여 만에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의 회담은 정치현안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첫 대면부터 '뼈있는 대화'로 시작돼 타협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 대통령이 "어디까지가 민생인지 한 번 토론해 보자"고 제안하자 강재섭 대표는 "개헌 빼고 다 민생"이라고 받았다.

노 대통령이 다시 "민생 아닌 것이 없다"고 반박하자 강 대표는 "백성 등 따시게 하는 게 경제이고 민생"이라며 꼬집 듯 말했다.

3차례의 사전 실무접촉을 통해 의제를 조율했지만 1시간30분간의 회담 내내 개헌과 중립내각 구성 등 정치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선거 중립문제= 강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선거관리를 진심으로 중립적으로 해달라"며 "공정관리를 했다는 것이 업적으로 남게 하시라"고 말을 건넨 뒤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비판 중단과 내각에 있는 의원들의 복귀 등을 통한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공정관리 안 한 것 없다"며 "마치 전과없는 사람에게 도둑질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정치공세"라고 바로 되받았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못박았다.

정치인 장관들의 복귀에 대해서는 "누구보고 내려오라고 하는 것은 간섭"이라고 답했다.

또 "선거전략 차원에서 나를 공격하지 말라.먼저 부당하게 공격하지 않으면 절대 공격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임기 말 대형 프로젝트=강 대표는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서서 민생과 경제와 안보를 잘 마무리해달라"며 "정계개편 등 정치행위에 손을 떼고 민생에 전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10년,20년 후의 공약을 내놓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차차기 정부가 협조할 것을 대선의 해에 내놓는다면 장밋빛 공약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정의 중심에 서달라고 하는 것은 모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또 "1년 남았다고 (정책을) 접는 것이 국가에 득이 되겠느냐"면서 "한나라당은 5년짜리 정책만 할 건가"라고 받아쳤다.

◆개헌=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안 되고,의석이 줄어들고,대통령이 제대로 당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개헌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판 흔들기"라고 지적했다.

또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과 당론 분열을 꾀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며 "내년에 18대에서 국회중심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개헌안 제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왜 한나라당의 판이 흔들리느냐.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편 뒤 "다음 정부서 하겠다면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대선과 총선 시기의 일치를 위해) 임기단축을 공약해라"고 되받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