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공식선언..링컨 이미지 차용 시도

미 상원의원 가운데 유일한 흑인인 버랙 오바마(45.민주.일리노이) 의원이 10일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미국 정치 지도부의 세대교체와 변화를 주창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미 지난달 16일 출마준비위 구성을 발표함으로써 출마를 사실상 공식선언했으나, 이날 정치적 본거지인 일리노이에서 "매 시기 새 세대가 일어나 필요한 일을 했다"며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부름을 받았고 우리 세대가 그 부름에 답할 때"라고 역설했다.

미국 내외에선 오바마 의원의 출마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올 것이냐에 최대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오바마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자신이 흑인인 점과 흑인으로서 성장배경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 사회가 부닥친 새로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세대교체론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80여 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 대선을 맞아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서 난립하는 대선 도전자들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한 대선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유에스 에이 투데이지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참신한 지도자를 찾는데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베이비 붐 세대 첫 대열이거나 그 이전 시대 사람들인 점을 지적했었다.

오바마 의원은 2004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전당대회 연설 후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은 후 2005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워싱턴 경험이 2년에 지나지 않은 점을 이유로 국정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 대해 "워싱턴 방식을 배울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알지만, 워싱턴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의 시간은 워싱턴에 있었다"고 기성 정치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직면한 "도전들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건전한 정책이나 합리적인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를 막는 것은 지도력의 실패, 우리의 좁쌀 정치(smallness of our politics)"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사소한 것에 집착해 옆길로 새는" 습성이라고 묘사하기도 하면서 "이런 종류의 정치 시대는 끝났다.

..이제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통해 에너지, 건강보험, 이라크전 등 현재 미국의 정치권이 교착상태에 빠진 과제들을 새로운 관점을 갖고 보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오바마 의원은 워싱턴식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기 위해 에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58년 "내부가 갈라진 집은 서있지 못한다"는 연설로 흑인노예 해방의 정치투쟁을 시작했던 일리노이주 의사당을 출마 선언장으로 택하고 연설 곳곳에서 링컨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링컨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말의 힘, 신념의 힘을 가르쳐 주고 있다"며 "인종과 종교, 신념과 신분의 그 모든 차이를 들춰보면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