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정동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선박 부품업체 동화엔텍.이 회사는 지난 1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래처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한 적이 없다.

주요 부품 공급처인 현대중공업에서 1995년부터 노사분규가 사라진 덕분.동화엔텍은 선박의 엔진을 식혀주는 열교환기를 제조하는 회사.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 등 주요 조선사들이 모두 이 회사의 고객이다.

홍성희 동화엔텍 대표는 "조선업계에서 노사 갈등이나 분규는 그야말로 '히스토리' 아니냐"며 "우리는 납기 맞추는 데만 신경쓰면 되니 매출 증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속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1990년 초 신문지상을 연일 장식하던 '골리앗 파업' 때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요.

지금은 파업 같은 분규도 없고 조선업종이 호황을 맞고 있어 가동 중단보다는 되레 생산 공간 부족이 더 걱정입니다." 홍 대표는 중국이 2015년에 조선업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공공연하게 큰소리치는데 국내에서는 파업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참 암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동화엔텍은 2005년 7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7% 성장한 9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200억원.홍 대표는 "지난해에만 1000억원어치를 넘게 수주했다"며 "올해는 정말 숨돌릴 틈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녹산산업단지는 국내 최대 선박 부품업체 집적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사는 이곳에 160여개 선박 부품업체들이 자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지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주요 업종인 기계산업은 2006년 12월 현재 가동률이 92.5%에 달한다.

이곳 철강산업(77.9%)과 전기·전자(85.8%) 가동률을 크게 앞선다.

같은 기간 수도권인 인천 남동산업단지(83%)와 안산 반월산업단지(89.3%)의 기계산업 가동률보다도 높다.

녹산단지 기계업체들이 이처럼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조선업의 호황과 함께 국내 조선회사들의 '노사화합'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엔텍과 사거리에서 대각선으로 마주보며 위치한 선박용 패널업체 스타코.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주문량 폭주로 국내 생산시설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까닭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650억원.올해 목표는 50% 이상 성장한 1000억원에 이른다.

한진중공업 임원 출신인 이 회사 이동형 대표는 "조선사들의 장기간 무분규 노사화합이 중소 협력업체들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은 분규가 끊이지 않는 자동차업종 등과 달리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고객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선 부품업계에도 대기업과의 단가 문제가 존재하지만 중단 없는 공장 가동과 생산량 확대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며 "부품업체 사장이 대기업 파업에 시달려 자살하는 일은 조선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