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 >

대선 10개월여를 앞두고 정치권에 유례없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박근혜 전 대표,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빅3'에 대한 지지율이 70%에 육박하고 있고,한나라당 지지율은 5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의원 30명이 탈당, 2~3개 정당으로 분화될 조짐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대통령 4년 연임'이란 개헌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7용'이니 '8용'이니 하면서 여권 주자들이 군웅할거하던 과거 대선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인 셈이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든 언론 매체가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분당 사태,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언 등을 중계방송하듯 보도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어디에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 빅3가 결국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희망'의 상반된 시각이 교차하면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경우 높은 지지율에 힘입은 '정권교체 가능성'에 고무된 표정을 지으면서도 "빅3가 과연 경선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권 지지자들은 빅3 분열을 기정사실화하며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권 움직임에 대해선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 "분당은 됐으나 다시 뭉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공행진은 참여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개성과 색깔이 뚜렷한 이들 빅3의 리더십이 상호 보완적인 요소로 작용,지지층 결집과 세 확장에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중앙 버스전용차로 실시,강북 뉴타운 개발 등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물을 내놓았으며,박 전 대표는 탄핵역풍으로 난파 직전의 한나라당호를 인수해 재보선 불패신화를 이어가며 원내 1당으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 전 지사 역시 '여권주자로 나서달라'는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빅3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자의 40%가 당을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3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도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여권 또한 드라마 연출하듯 단일후보를 내세워 대선구도를 단숨에 '박빙 승부'로 끌고가는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1997년,2002년 대선은 불과 2% 승부였다. 15대 김대중 후보는 39만표 차이로,16대 노무현 후보가 57만표 차이로 각각 이회창 후보를 누른 사례가 있지 않은가.

2007 대선정국의 최대변수는 한나라당 경선을 전후한 빅3의 행보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경선결과에 승복하면서 12월 대선까지 함께 가느냐,아니면 각자 경쟁자의 입장에서 대선후보로 나서느냐 여부가 한나라당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갈림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