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합니까. 실제 실적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고무줄 수치'입니다. " 4분기 어닝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한 상장사 소액주주가 울분을 터뜨리며 건넨 말이다.

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예측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연초 어닝시즌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전분기보다 15%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로 많은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시가총액 상위 50개사 중 전년 대비 비교 가능한 45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41조1358억원으로 8.4% 줄었다.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부터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며 따라서 증시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가 허언이 된 셈이다. 실적이 이렇게 나오면서 증권사들은 올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5개사 중 3개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회초리'도 들었다. 하지만 이는 '뒷북치기'에 불과한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 임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연초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을 기대에 부풀게 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엉터리 전망 이유로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문제 삼는다. 기업들이 시장에 어닝 가이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애널들이 '엉터리 실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증권사 간 애널 확보전이 뜨겁게 전개되면서 "몸값만 올라갔을 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증권사 간 스카우트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리서티센터장은 "키워만 놓으면 빼가려고 하다 보니 인재 육성보다는 빼오기에 더 신경쓰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경영 정보 제공에 소홀한 상장사와 고무줄·뒷북 전망치를 내놓는 증권사 모두 투자자들의 고통을 한번쯤 생각해볼 때다.

서정환 증권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