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럭셔리 상권'으로 불리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맞은 편에 작년 11월 재건축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연 5층짜리 K상가는 전체 5개층 중 치과(5층)와 증권사 지점(2층) 두 곳만 유치해 나머지 3개층은 석 달 넘게 텅 비어 있다.

음식점,주점,패션점,학원,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강남역 상권도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늘고 있다.

대로변에 매장 인수자를 찾는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

신도시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 수도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용인 죽전 중앙공원 교차로에서 보정역으로 향하는 500여m 대로변에는 8~10층 상가 건물의 1층 곳곳이 이가 빠진 듯 비어 있다.

소비 부진에 따른 자영업 위축에도 불구하고 점포 공급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전국 상권에 빈 가게가 급증하고 있다.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장사를 접으려 해도 인수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이런 형편에 점포 임대료는 되레 상승세를 지속,빈 점포를 메워줄 신규 창업자들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황금 상권은 상가 리모델링을 통해,신규 아파트단지 상권은 시행사로부터 몇 차례 대행사를 거쳐 분양되는 과정에서 점포 공급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스란히 높은 임대료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K상가는 1층 점포가 평당 7700만원에 분양돼 고분양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분양사무실 관계자는 "1층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5000만원,월세 700만원 정도면 점포주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식당 주인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점포주는 월세로 1000만원을 넘게 받아야 시세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그 정도 임대료를 내고 버틸 수 있는 업종은 성형외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금리 수준의 임대료를 내세우고도 입점 상인을 찾지 못하는 수도권 상가도 수두룩하다.

경기도 용인 죽전 안터사거리 상권의 대로변 상가 건물 관리자인 S씨는 "완공을 앞둔 작년 이맘 때는 1층 21평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떨어졌는데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7층짜리 이 상가 건물은 작년 4월에 완공됐는데 아직도 점포의 20%는 입점 상인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난립한 상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