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권 빈 점포 급증] 분양가 높아지며 임대료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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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촌동 대형 마트 인근에서 호프집을 하는 C씨.겨울만 되면 맥이 풀린다. 매출은 여름에 비해 20% 이상 하락,2500만원을 겨우 올리는데 한 달 임대료를 40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하는 데 따른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주방 2명,홀 서빙 2명 등 4명의 인건비만도 600만원에 달한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겨울엔 손에 쥐는 돈은 달랑 150만원뿐이다.
여름 매출이 월 3000만원 이상 받쳐주는 덕분에 버텨왔지만 올해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고돼 고민 중이다.
점포 주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새 건물 1층 40평(실평수 20평)을 재작년 평당 2800만원에 분양을 받은 그로서는 최소한 '은행 예금 수준의 임대수입'은 챙겨야 하기 때문.그는 "월세 400만원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금리로 치면 실투자비 10억2000만원의 4.7%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의 살인적 고(高)분양가는 임대료 논란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상가뉴스레이다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3만6256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의 점포당 분양가는 △지하 1층 2억6561만원(18.5평) △지상 1층 5억4710만원(18.9평) △지상 2층 3억7415만원(30평) 등으로 분양가가 1년 전에 비해 △지하 1층 42% △지상 1층 23% △지상 2층 58%나 상승했다.
이처럼 치솟은 분양가는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새 건물이 고분양가에 따른 임대료 거품의 함정에 빠져 있다면 기존 상가들엔 성인 게임장 후유증이 적잖게 가세했다.
상당수 건물들이 인근 상가 시세의 2~3배를 받던 '향수'를 잊지 못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는 것.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지하 1층,지상 3층,바닥면적 100평 안팎의 대로변 상가는 2005년까지 음식점 커피숍 병원 등이 입점해 있었다.
4개층의 월세를 모두 합하면 2500만원 수준이었으나 게임장 업주가 건물주에게 월세 4500만원을 제시,영업하다가 지난해 여름 문을 닫았다.
현재 건물을 놀리고 있지만 건물주는 월세 3500만원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다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임차인을 찾고 있다.
이 같은 '거품 분양가·임대료'는 빈 점포가 더욱 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주택시장 규제로 아파트 대신 상가 쪽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 상당수가 자칫 '고가 분양 폭탄'의 최종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경기가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당장 점포 공실이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략 1년간 조정기를 거쳐 임대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