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민노총 새 '船長' 이석행 위원장 "좌파 학자들 '투쟁훈수' 안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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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내 온건파인 '이석행 호'의 출범으로 강경 일변도의 국내 노동운동에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을 강조했다.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현장조합원들에게 실익이 되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다짐도 했다.
현장 노조위원장 시절 직접 공장 청소 등 솔선수범을 보이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가 강·온건파 간 갈등이 가시지 않은 민주노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사다.
한국경제신문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나 향후 민노총의 운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지적이 많은데,앞으로 조직을 어떻게 꾸려 나갈 계획입니까.
"민주노총의 위기는 상층 간부들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조직력 회복을 위해 현장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우는 운동을 먼저 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겸손하고 합리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중앙에서 갖고 있던 권력을 현장에 되돌려 주고,조합원들이 바라는 운동을 위해 곧 현장 대장정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현장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해 강경 투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싸움 잘하는 사람은 싸움을 자주 안합니다(웃음). 조합원들을 만나봐도 파업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죠.파업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 뿐 파업 자체가 운동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전술을 활용한 뒤에도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칼을 빼겠다는 것이 제 철학이고,지론입니다."
-이 위원장은 온건파로 분류되지만,일반 국민은 민주노총 내 온건파,강경파 모두를 투쟁세력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 방식이 너무 거칠기 때문 아닌가요.
"기업별 노조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6년간 노조위원장을 해 봤는데 기업별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의 기대심리가 큰 게 사실이죠.산별노조를 통해 제도개혁 투쟁을 벌이면서 기업별 노조에서의 투쟁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조합원들도 임금 인상 투쟁해봐야 학원비,의료수가,학교 등록금이 계속 올라가면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죠.따라서 교육 주거 의료 노후 문제까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임금 인상 투쟁이 노조의 주된 목적이 돼선 안 됩니다."
-파업이나 협상을 벌일 때면 늘상 빨간 머리띠를 매고 다녀 더 투쟁적으로 비쳐지는 것 같은데요.
"머리띠를 늘 매니까 흡사 넥타이처럼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위원장 선거 유세에서 머리띠를 매지 않을 생각이었는데,다들 매고 나와서 할 수 없이 저도 매긴 했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머리띠를 매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머리띠 매고 나왔을 때는 뭔가 다른 때라는 걸 심어줄 필요도 있겠죠."
-무한경쟁시대 기업 간 격차가 커지면서 외국에선 산별 교섭에서 개별 교섭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는 반대로 산별노조 전환이 늘고 있습니다.
임금이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산별교섭이 제대로 될까요.
"산별교섭을 임금 문제로 규정시키면 노동 운동도 한국 경제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부동산 사교육 의료문제와 같은 사회 공공성 문제를 놓고 토론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총장 시절 당시 이수호 위원장과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습니다. 그 흐름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정부든 누구든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때 추진하던 노사정 대화의 큰 틀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 계획입니다. 집행부의 역할이 조합원들의 뜻과 요구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교섭에 반대해 왔던 분들도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좌파 학자들이 중간에 나서서 자꾸 투쟁을 하라고 '훈수'를 두는데,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이론가들에 의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사무총장 시절에는 (투쟁보다 대화를 중시하는 집행부에 대해) 학자들이 비난을 하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는데,이제는 그런 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좌파학자들이)너무 성역시 돼서,그분들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가 개량주의자로 매도됐습니다.
'감놔라,배놔라' 하는 얘기들도 일리가 있다면 받아들이겠지만,그렇지 않으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위원장이 되겠습니다."
-외국에서는 노동운동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데,한국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민노총이 저임금노동자를 위해 비정규직,최저임금 문제해결을 위해 투쟁을 벌이긴 했지만 과연 얼마만큼 절박한 심정과 진정성을 갖고 수행해 왔는지에는 의문이 듭니다.
반면 민주노총 문제만을 갖고 투쟁할 때는 물불 가리지 않았죠.민노총은 자기들밖에 모른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현실문제를 하나씩 제도적으로 풀어갈 때 국민의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게 민노총의 존재 이유라고 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노총(AFL)을 설립해 37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지낸 새무얼 곰파스는 조합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조합원들도 민주노총이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즉 성과를 남기는 걸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운동을 하겠다고 선거기간 중 얘기했죠.3년 임기 동안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을 펼칠 겁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친분이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대 노총의 통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용득 위원장과는 20년지기로 의기투합도 잘 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자본과 권력인데 노동계급이 둘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조직을 달리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친소 관계와 조직의 관계는 틀립니다. 인위적 통합은 옳지 않고,대신 밑으로부터 통합의 기운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을 강조했다.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현장조합원들에게 실익이 되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다짐도 했다.
현장 노조위원장 시절 직접 공장 청소 등 솔선수범을 보이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가 강·온건파 간 갈등이 가시지 않은 민주노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사다.
한국경제신문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나 향후 민노총의 운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지적이 많은데,앞으로 조직을 어떻게 꾸려 나갈 계획입니까.
"민주노총의 위기는 상층 간부들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조직력 회복을 위해 현장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우는 운동을 먼저 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겸손하고 합리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중앙에서 갖고 있던 권력을 현장에 되돌려 주고,조합원들이 바라는 운동을 위해 곧 현장 대장정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현장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해 강경 투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싸움 잘하는 사람은 싸움을 자주 안합니다(웃음). 조합원들을 만나봐도 파업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죠.파업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 뿐 파업 자체가 운동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전술을 활용한 뒤에도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칼을 빼겠다는 것이 제 철학이고,지론입니다."
-이 위원장은 온건파로 분류되지만,일반 국민은 민주노총 내 온건파,강경파 모두를 투쟁세력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 방식이 너무 거칠기 때문 아닌가요.
"기업별 노조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6년간 노조위원장을 해 봤는데 기업별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의 기대심리가 큰 게 사실이죠.산별노조를 통해 제도개혁 투쟁을 벌이면서 기업별 노조에서의 투쟁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조합원들도 임금 인상 투쟁해봐야 학원비,의료수가,학교 등록금이 계속 올라가면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죠.따라서 교육 주거 의료 노후 문제까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임금 인상 투쟁이 노조의 주된 목적이 돼선 안 됩니다."
-파업이나 협상을 벌일 때면 늘상 빨간 머리띠를 매고 다녀 더 투쟁적으로 비쳐지는 것 같은데요.
"머리띠를 늘 매니까 흡사 넥타이처럼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위원장 선거 유세에서 머리띠를 매지 않을 생각이었는데,다들 매고 나와서 할 수 없이 저도 매긴 했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머리띠를 매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머리띠 매고 나왔을 때는 뭔가 다른 때라는 걸 심어줄 필요도 있겠죠."
-무한경쟁시대 기업 간 격차가 커지면서 외국에선 산별 교섭에서 개별 교섭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는 반대로 산별노조 전환이 늘고 있습니다.
임금이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산별교섭이 제대로 될까요.
"산별교섭을 임금 문제로 규정시키면 노동 운동도 한국 경제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부동산 사교육 의료문제와 같은 사회 공공성 문제를 놓고 토론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총장 시절 당시 이수호 위원장과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습니다. 그 흐름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정부든 누구든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때 추진하던 노사정 대화의 큰 틀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 계획입니다. 집행부의 역할이 조합원들의 뜻과 요구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교섭에 반대해 왔던 분들도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좌파 학자들이 중간에 나서서 자꾸 투쟁을 하라고 '훈수'를 두는데,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이론가들에 의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사무총장 시절에는 (투쟁보다 대화를 중시하는 집행부에 대해) 학자들이 비난을 하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는데,이제는 그런 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좌파학자들이)너무 성역시 돼서,그분들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가 개량주의자로 매도됐습니다.
'감놔라,배놔라' 하는 얘기들도 일리가 있다면 받아들이겠지만,그렇지 않으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위원장이 되겠습니다."
-외국에서는 노동운동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데,한국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민노총이 저임금노동자를 위해 비정규직,최저임금 문제해결을 위해 투쟁을 벌이긴 했지만 과연 얼마만큼 절박한 심정과 진정성을 갖고 수행해 왔는지에는 의문이 듭니다.
반면 민주노총 문제만을 갖고 투쟁할 때는 물불 가리지 않았죠.민노총은 자기들밖에 모른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현실문제를 하나씩 제도적으로 풀어갈 때 국민의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게 민노총의 존재 이유라고 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노총(AFL)을 설립해 37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지낸 새무얼 곰파스는 조합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조합원들도 민주노총이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즉 성과를 남기는 걸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운동을 하겠다고 선거기간 중 얘기했죠.3년 임기 동안 실사구시의 노동운동을 펼칠 겁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친분이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대 노총의 통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용득 위원장과는 20년지기로 의기투합도 잘 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자본과 권력인데 노동계급이 둘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조직을 달리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친소 관계와 조직의 관계는 틀립니다. 인위적 통합은 옳지 않고,대신 밑으로부터 통합의 기운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