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휴대폰 전략이 바뀌는가.

지난달 16일 정보통신총괄 사령탑이 이기태 사장(현 기술총괄 부회장)에서 최지성 사장으로 바뀐 뒤 변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3위 휴대폰 메이커.한때 2위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했으나 지금은 4위 소니에릭슨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사령탑이 바뀌고 나서 윤종용 부회장과 최 사장이 잇따라 전략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우선 '팔지 않는 것도 마케팅이다'라는 전략이 '시장이 있으면 판다'는 전략으로 바뀔 조짐이 보인다.

'팔지 않는 것도 마케팅이다'는 삼성의 고가폰 전략을 대변한다.

전에는 1위 노키아,2위 모토로라와 차별화하려면 최고 제품을 만들어 가장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었고 한때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전략은 최근 2년 새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삼성과 다른 전략을 구사한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점유율을 높여 삼성의 추격을 따돌렸다.

100달러 미만의 저가폰을 앞세운 노키아의 신흥시장 장악과 모토로라의 슬림폰 '레이저' 돌풍으로 삼성의 고가전략(고가폰 90%,저가폰 10%)은 흔들렸다.

지난달 말 열린 삼성전자 '휴대폰사업 마케팅회의'에서 최 사장은 "전략 모델을 선정하는 데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에 대해 관련 업계는 고가전략의 변화를 강력히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현재 기술과 제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같은 날 발언도 가격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변화는 '노키아는 노키아,모토로라는 모토로라'라는 기조가 '노키아,모토로라와 격차를 좁혀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만회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뒤인 27일 최 사장은 "1년만 기다려달라"며 "변화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는 격차를 좁히려면 디자인을 강화하고 신흥시장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50~100달러대 저가 휴대폰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면서도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한 '노키아의 기적'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다는 것.

기술과 영업이익률 못지않게 매출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큰 변화 중 하나다.

휴대폰 부문은 그동안 공대 출신인 이기태 부회장의 선도기술전략을 토대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

영업이익률은 4분기에 8%대로 떨어졌고 12.8%였던 점유율은 10.7%로 낮아졌다.

기술 우위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에 반해 노키아는 저가폰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34.1%로 2.3%포인트 높였다.

이제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의 각종 지표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사장은 지난달 27일 "정보통신총괄도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윤 부회장은 "격차를 줄여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의 정보통신총괄 사령탑 교체는 이기태 부회장(전기공학과 출신)이 닦아놓은 기술 차별화 전략 위에 최 사장(무역학과 출신)의 무차별 마케팅전략을 결합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최 사장은 13일 '2007년 3GSM 세계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최 사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