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모 가꾸기에만 매달리지 말고,패션에 대해 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앙드레 김(77)이 모델의 지성미를 강조한 '신모델론'을 들고 나왔다.

앙드레 김은 지난 10일 강원랜드에서 열린 제12회 세계 남성모델 파이널 콘테스트의 오프닝 패션쇼를 개최한 뒤 한국경제신문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앙드레 김은 "세계 각국에서 온 모델들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우리나라 모델들이 단순히 멋진 몸과 얼굴만 추구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봤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력'이란 화두로 한국 모델계를 짚었다.

"요즘의 패션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우라가 필요하다는 거죠.모델의 연기력이란 옷 안에 그런 플러스 알파를 집어넣는 작업이죠."

'지성미' 또한 모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앙드레 김은 지적했다.

'지성미'의 정의를 묻자 "모델이 무대 위에 오르기 전 새 작품을 분석하는 치밀한 노력이 될 수도 있고,자신의 실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 등이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앙드레 김은 또 모델이 더 이상 패션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란 점도 거듭 강조했다.

작곡가와 가수의 관계처럼 디자이너와 모델도 서로 '궁합'이 맞아야 히트 작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디자이너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패션쇼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마른 모델' 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삐쩍 마른 체구가 좋다고 생각하는 모델들은 잘못된 프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무대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체력이 없다면 모델로서의 기본 자격이 없는 셈이니까요."

앙드레 김은 한 명의 스타모델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스타급 모델은 의류 신발 주얼리 가방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알리는 움직이는 간판입니다.

앞으로 한국패션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델 육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글=박신영ㆍ사진=김정욱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