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다시 한번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 가능성 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에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지 2주일 만이다.
이번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고령화사회 대비 협동연구'의 마지막해 연구 결과를 통해서다.
KDI가 2주 동안 고령화에 따른 재정 위기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연달아 낸 것은 재정 개혁이 그만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인 데도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3년 넘게 논란만 되풀이 하다가 국회 법사위까지 올라온 국민연금 개혁안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과 여·야 간 정쟁으로 '뒷다리'를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 올라와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개헌 논란 등 정치권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처리가 여의치 않다.
이에 대해 현정택 KDI원장은 "연금 개혁과 같은 중대한 민생 문제가 올 상반기 중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다시 수년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KDI보고서에는 재정 악화에 대한 경제계 곳곳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깔려있다.
정부는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한국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나라 빚 규모가 2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7.7%에 비해 아직까지 턱없이 낮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KDI를 비롯한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의 고령화 및 나라 빚 증가 속도 등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다.
KDI는 아울러 정부도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새 나가고 있는 재정 누수를 세밀하게 관찰해야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KDI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자식세대로부터의 사적이전소득을 포함한 월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는 노인가구주 세대가 공공부조를 받은 경우는 약 52만가구로 전체 노인가구 중 17.3%에 이른다.
공공부조를 받지 않아도 될 상당수 가구가 공공부조를 받은 셈이다.
문형표 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에 누수가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종 통계에 비춰볼 때 참여정부의 크기가 출범 초기에 비해 커진 것은 사실인 만큼 효율적인 정부조직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