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엔 영국 등 유럽계 자금 대거 들어와
일부는 조세회피지역서 유입돼 투기자금 우려

지난해 말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미국 등 북미계 자금들도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달 들어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인 외국계 자금의 일부는 조세회피지역(Tax Haven)의 투기성 자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 "유럽계 자금 이어 북미계 자금 유입" =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8일까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국가별로 구분한 결과 미국계 자금이 7천634억원어치나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케이먼아일랜드(4천445억원), 캐나다(1천713억원), 아일랜드(1천537억원), 사우디아라비아(1천443억원) 등 순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8일까지 국가별 매매동향에서는 케이먼아일랜드가 8천729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으며 이어 스위스(8천176억원), 프랑스(5천445억원), 아일랜드(4천930억원), 영국(2천835억원) 등 순으로 유럽계 자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영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2004년4월 이후 10조원의 누적순매도를 기록한 외국계 자금 가운데 유럽계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간 뒤 북미계 자금도 한국시장을 떠난 것과 거의 같은 순서로 유럽계 자금에 이어 북미계 자금이 우리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1조21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데 이어 올 1월엔 509억원, 2월 들어서는 6천39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 "2월초 폭발적 매수세는 투기성 자금일 가능성" = 그러나 외국인이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 2월 초 자금은 조세회피지역에서 들어온 투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월1일부터 8일까지 유입된 자금 가운데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먼아일랜드계 자금이 3천14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순매수 상위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미국(2천610억원), 기타(1천248억원), 바하마(883억원), 아일랜드(849억원), 룩셈부르크(444억원) 등 순이었다.

이들 외에도 버진아일랜드, 저지, 버뮤다 등도 순매수 상위 20위 내에 포함됐다.

또 연초 이후 국가별 순매수 동향에서도 케이먼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버뮤다, 라이베리아 등이 순매수 상위 10위 내에 들어있다.

신영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계 자금 가운데 상당수가 조세회피지역에서 들어온 것이 사실이어서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특히 2월 초 중국 증시 등을 떠난 일부 단기성 자금이 국내 증시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투기성 자금이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집중 유입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질의 외국계 자금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일부 섞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